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9일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가칭·이하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약 한 달이 지났다. 전격적으로 발표가 이뤄지기도 했고,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강하게 규제하고자 하는 법안이 여러 시장에 가져올 직접적인 영향과 잠재적 파급효과로 인해 단기간에 첨예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법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지난 12일에 국내외 전문가와 함께 플랫폼법 제정 논의를 중심으로 관련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위 세미나에 연사로 참여한 주세페 콜란젤로(Giuseppe Colangelo) 교수는 플랫폼법이 참고하고 있는 선행 규제 모델로 볼 수 있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독일 경쟁제한방지법(GWB)이 '법집행을 위한 손쉬운 방법(shortcut)을 찾고자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하면서 '기존의 경쟁법이 디지털 시장을 규율하는 데 정말로 부적합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주세페 교수는 위 두 규제 모델에 유럽, 독일 경쟁당국이 기존 경쟁법에 의거해 내린 결정문 등에서 그대로 가져온 내용이 많은 점을 보면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아직 위 두 규제 모델은 검증되지 않은 실험 단계로서 그 영향에 대한 많은 불확실성이 있고, 다른 국가에도 적합한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영국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규제틀을 마련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온라인 플랫폼 내지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경제에 있어서 기존 규범체계가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다각적 검토이며, 정책 집행이 반드시 새 입법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밝혔다. 기존 법령이 있음에도 별도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면, 새 입법 목표가 무엇인지와 그 목표를 새 입법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유 연구위원은 이미 국내외에 선행 입법이 존재하고 그 이후에 후행 입법 논의가 이뤄지는 경우에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경우 논의는 주로 '어느 모델을 따를 것이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나, 더 중요한 것은 선행 입법 이행 과정에서 발견되는 시행착오와 문제점들을 충분히 관찰하고 이를 보완하는 해결책을 찾아 후행 입법에 신중하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플랫폼법과 관련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기본적으로 관련 시장을 획정하고, 시장 내에서 사업자 점유율과 문제되는 행위의 효과를 개별적으로 분석하도록 했다. 플랫폼 기업 이용자가 많더라도 어떤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낮을 수도 있고 점유율이 매우 역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시장상황이 역동적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시장점유율 자체를 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지속적인지 여부에 대한 유의미한 지표로 보기에 힘든 점도 있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공정위의 이런 원칙에 기반한 접근법이 잘 작동돼 왔다. 디지털 경제에 새롭게 등장하는 경쟁법적 쟁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장점이 더 큰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평가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 등에 대해 공정위가 이미 공정거래법과 심사지침에 근거해 적극적으로 규제했다. 공정위 공정거래법 집행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수 있다.
플랫폼법 제정과 관련해 한미 통상 마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봐야 한다. EU DMA 입법 과정에서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미국의 테드 쿠르즈 상원 의원 포함 다수 의원들이 EU의 DMA와 같은 플랫폼 규제 법안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우려하는 내용 서신을 바이든 행정부에 내기도 했다. 향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법과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위에서 제시한 전문가 제언과 기존 공정거래법 활용 방안, 통상 마찰 우려 등이 충분히 다뤄지기를 기대한다.
최휘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hwijin.choi@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