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한 70대 노인이 대피 공간에 갇히자 기지를 발휘해 구조 요청한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29일 경찰청 페이스북·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실에는 “아파트 외벽에 SOS 표시가 보인다”라는 낯선 내용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미추홀구 도화동의 한 아파트 고층에 SOS가 적힌 종이와 밧줄이 걸려있다는 것이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아파트 밖에서 실제로 종이가 걸려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에 구조 신호가 걸려있는 세대를 확인하고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구해 출입물을 개방해 해당 집에 들어갔다.
경찰관들은 집 안 내부를 수색했지만 작은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이어 수색을 이어가다 주방 안쪽, 화재 상황에서 비상대피소 통로로 활용되는 작은 공간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했다.
고장 나 열리지 않던 방화문 손잡이를 부수고 문을 연 경찰관은 그 안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속옷 차림의 7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혼자 사는 A 씨는 환기하려고 대피 공간에 들어갔다가 안에서 방화문이 잠겨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휴대전화도 들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다.
20시간 넘게 추위와 싸우던 A씨는 주변에 있던 상자를 발견하고 칼을 이용해 SOS라고 적은 뒤 이를 밧줄로 묶어 창문 밖으로 내걸었다. 이를 신고자가 발견하고 경찰에 알리면서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다.
이번 사례는 경찰청 페이스북에 소개되며 두 달 만에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출동 지령을 받고 처음에는 누군가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며 “33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신고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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