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리장 선정 절차, 처분 방식 등을 규정한 법률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여야가 각각 특별법안을 동시에 발의했지만 각론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이번 회기에도 처리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따른다.
30일 현재 3건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고준위특별법)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인선·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법안 심사 과정은 난항이다. 각 특별법안이 병합 심사되고 있는데 세부 내용을 두고 여야간 이견이 뚜렷하다. 여당은 원전 운전 기간이 연장되면 폐기물처리장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의 용량을 늘릴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원전의 설계 수명 내 발생한 폐기물만 처리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여야가 국회 산자위 소위원회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지도부에 협상을 일임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일각에선 이번 회기 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쟁점 사항인 처리 용량 규정 삭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야당측이 수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원자력 분야 전문가는 “세계 대다수 국가가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의 용량 규정을 만들지 않고 있는데 우리만 이를 두고 정치권이 대립하고 있다”면서 “이를 삭제,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고준위 방사성 방폐물은 원자력안전법상 '폐기 결정된 사용후핵연료'로 정의된다. 고열, 강한 방사능 때문에 지정된 장소에서 특별 관리가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처리 장소, 방식 등을 확정하지 못해 원자력발전소 내 임시 장소에 저장하고 있지만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저장 시설이 포화하기 시작한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 선정 논의는 수십년간 공회전이다. 1983년 이후 9번의 부지선정 실패, 10년의 공론화를 거쳤음에도 처분시설 건설을 위한 부지선정 절차조차 착수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원자력 산학계는 △2030 고준위처리장 포화 △원전 부지내 건식저장시설의 영구화 우려로 인한 지역주민 반발, △미래세대 부담 전가로 인한 사회적 갈등 유발, △K-택소노미 기준 미충족 우려 등 감안 시, 부지선정 절차, 유치지역 지원방안 등을 규정한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며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도 이례적으로 최근 두 차례나 관련업계·시설을 찾아 특별법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차관은 지난 25일 '2024년 방사성폐기물 한마음 신년회'에서 “2030년부터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가 예상됨에 따라 부지 내 저장시설의 적기 건설을 비롯해 고준위 방폐물의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며 “여·야 모두 특별법을 발의한 21대 국회가 문제 해결의 최적기, 지금은 21대 국회 통과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30일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찾아 “고준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원전 전주기 생태계를 완성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정부는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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