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시장 가장 큰 화두는 인수합병(M&A)과 차세대 신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금 압박에 못이긴 바이오 벤처 매물이 쏟아짐에 따라 규모 있는 제약사의 파이프라인 확보 전략으로 M&A 시도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최근 시장의 유동성 위축으로 연구중심 바이오텍의 자금 압박이 심해진 상황”이라며 “국내 빅파마의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 수요와 결합해 올해 다양한 M&A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시작과 함께 한미약품그룹-OCI,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오리온 등 제약·바이오 기업과 타 산업간 이종결합이 연이어 발생했다. 모두 막대한 R&D 비용을 장기적으로 충당하기 위해 대기업과 손잡은 사례다.
정 원장은 제약·바이오 산업 유동성 위축이 심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타 산업과 이종결합은 물론 동종산업간 M&A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다만 국내 대형 제약사들 역시 자금 상황이 넉넉하지 않기에 물리적 M&A보다는 지분투자나 공동 신약개발 등 파트너십 형태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항암, 알츠하이머, 비만 등 전통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치료제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의 신약 개발도 올해 주요 화두로 꼽힌다. 기존 신약 개발에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새로운 접근법이 필수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항암이나 비만치료 등 영역에서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세포 치료제,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새로운 모달리티에 대한 기술 확보도 핵심 이슈”라며 “지난해 7월 베타 아밀로이드를 줄이는 신약이 정식 허가받는 등 알츠하이머 치료제 관심도 높아지면 이 시장에서 라이선스인, M&A 등도 관심사”라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 주요 제약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 진출과 신사업 추진이 필수다.
정 원장은 “국내 빅5 제약사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내수에서 확실한 캐시카우를 확보하기 어렵기에 올해는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수시장에서도 가격 인상 요인이 적은 의약품보다는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시장에 진출해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모를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