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발전 속도가 빨라지며 차량 네트워크 기술 또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차량 내부 네트워크(IVN)는 차량 내 장치간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며, 속도와 조향, 브레이크 등의 제어를 위한 정보를 차량 통신 프로토콜인 CAN(Controller Area Network), LIN(Local Interconnect Network)과 같은 저속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기존 차량 내부 네트워크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낮아 최신 차량 네트워킹 요구사항을 만족하기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기존 차량 내부 네트워크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CAN 프로토콜은 최고 1Mbps 의 전송속도만이 가능하며, 이는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이용하는 4G·5G·와이파이 기반 수십~수백Mbps 속도에 비해서도 훨씬 느리다.
필자는 CAN의 전송 속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주파 대역에 데이터를 실을 수 있는 통신 기술을 개발하는데 참여한 바 있다. 기존 CAN과 직접적 호환성을 갖는 터보(Turbo) CAN, SW 상에서 호환이 가능한 썬더버스(Thunderbus)라는 기술이다. 최대 100M~1Gbps 전송이 가능해 기존 CAN/CAN-FD 기술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상업적 효용이 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안전을 중시하는 자동차 부품 시장은 새로운 기술을 과감히 채택하기보다는 기존 기술의 진화를 추구한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결국 기존 유럽과 일본, 미국의 유수 자동차 부품사의 독과점 시장에서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전기차가 도래하면서 차량 내 노드들의 전기적 연결성이 증가하고, 사람이 수행하던 인지·판단·제어 기능을 차량이 스스로 하는 자율주행 기능, 스마트폰에서 수행하던 연결성이 차량에 도입되면서 더 많은 장치가 차량에 내장되고 이들 간의 데이터 전달을 위한 차량 내부 네트워크 데이터 트래픽 또한 급증하게 됐다.
또 기능별로 네트워크를 구성한 기존 도메인 아키텍처 구조는 배선 길이와 무게가 증가하고 다양한 제어기를 관장하기 어려운 단점을 지닌다. 이를 보완해 몇 개의 영역을 존(zone)으로 구분, 가까운 존에 연결해 하네스 부담을 줄이고 메인 프로세서 중심으로 차량을 구동해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및 SW 중심차량(SDV) 구현이 용이한 조널(zonal) 아키텍처로 변화하고 있어 이에 적합한 차량 네트워크 기술이 요청된다.
상기와 같이 전송 데이터의 급속한 증가, 네트워크 아키텍처 변화 등으로 CAN과 같은 기존 차량 내부 네트워크 기술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게 됐다. 시장은 새로운 모빌리티 등장으로 차량 제조사를 정점으로 한 기존 수직적 생태계에서 SW, 반도체, IT, 모빌리티 회사가 모두 참여하는 보다 수평적 생태계로 변화하고 있다.
차량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독점적 기술 기반의 부품 벤더 종속 현상을 타개하고 표준에 기반한 다양한 회사들이 경쟁할 수 있는 공급망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는 차량 네트워크 분야도 4G LTE, 5G,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이동통신 네트워크나 유선 네트워크 및 인터페이스처럼 표준 기반의 오픈 생태계 특성을 가진 시장으로 변화하게 되는 동인이 되었다.
이더넷의 경우 전용선을 1쌍으로 줄여 부피와 무게를 줄이고 전자파 충격에 강하며 다양한 데이터 전송속도를 제공하기 위한 차량용 이더넷 기술이 표준화됐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디스플레이와 같이 비디오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채널에는 초고속·대용량 데이터를 위해 높은 대역폭이 필요하나 이를 제어하기 위한 역방향 제어 채널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역폭이 요구되는 비대칭 특성을 가진다. 이를 위한 차량용 직렬·병렬 변환기(SerDes·써데스) 기술의 경우 최근 아날로그 기반이 아닌 디지털 송수신 기술이 적용돼 16Gbps 이상 전송이 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차세대 차량 내부 네트워크로 차량용 이더넷과 써데스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차량용 이더넷은 네트워크 혼잡 제어·관리 기능과 기존 인터넷의 다양한 해킹 기법에 대한 취약성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차량 내 백본 네트워크로써 적합하다. 반면 차량용 직·병열 변환기는 효율적인 데이터의 직·병렬화에 집중된 기술로 상위 계층의 복잡한 기능이 없어 낮은 비용과 복잡도가 장점이다.
또 비대칭적 데이터 전송에 최적화돼 있어 고해상도 센서나 디스플레이를 구성하기에 쉽다. 이처럼 각 기술의 장·단점을 고려한 시스템 디자인이 필요하다. 결국 초고속 비대칭 카메라·디스플레이 데이터 전송 위주의 써데스와 대칭적인 데이터 전송을 위한 백본 네트워크용 이더넷 기술을 혼용한 하이브리드 네트워크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와 같은 차량 내부 네트워크의 급격한 변화 상황은 기술적으로 준비된 회사에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는 미래차로 진화하면서 차량 내부 네트워크 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관찰되고 있다. 기존 차량 회사와 IT, SW, 반도체, 이동통신사 등 여러 산업의 강자가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특히 이같은 변화는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공동 창업한 회사를 통해 기존 CAN을 발전시키려는 노력 대신, 방향을 전환해 글로벌 완성차가 이끄는 표준화 단체인 ASA(Automotive SerDes Alliance) 표준 활동과 함께 세계 최초 16Gbps 급 ASA 표준 기반 차량 써데스 칩을 개발했다.
새로운 차량 내부 네트워크 기술들을 분석해보면, 파괴적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고 하기보다 데이터센터나 인터넷 시장에서 이미 있었던 기술을 차량 특성과 요구사항에 맞게 개량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이동통신에 집중된 인력과 산업을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산업으로 눈을 돌려 신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동통신 관련 인력은 상대적으로 풍부하지만 산업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신규 인력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반면 차세대 차량 네트워크 분야는 전문가가 부족해 인력 미스매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차량, 우주, 심해, 지중, 신체 내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정보 교환을 필요로 하는 신산업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 준비와 인력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지웅 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필자〉최지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현재 DGIST 뇌공학융합연구센터장직을 맡고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친 뒤 실리콘밸리의 마벨세미컨덕터에서 근무했다. 유무선 통신 및 신호처리 기술을 전공했다. DGIST에 부임하면서 차량용 네트워킹 및 보안, 뇌공학,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