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1년물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출시한 이 상품은 기존 91일물을 추종하던 금리형ETF 상품과 달리 처음으로 1년물 CD금리를 추종한다. 1년물은 만기가 긴 만큼 기존 91일물보다 통상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1년 만기 정기예금 수준의 수익을 1년 365일 항시 제공하면서도 만기와 무관하게 언제든지 시장에서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차별점이라는게 미래에셋운용 설명이다. 미래에셋운용이 이 상품을 ETF가 아닌 상장지수예금(ETD)으로 규정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부사장은 1일 “이 상품은 ETF이지만 최초의 상장된 예금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1993년 처음 등장한 ETF가 펀드 투자의 혁신을 가져온 것처럼 이번 ETF가 기존에 없던 ETF의 혁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금리형ETF는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ETF 상장 종목 812개 가운데 14종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금리 지속에 따른 부담으로 금리형ETF 자산고는 지난해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연초 6조8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금리형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22조원으로 15조7000억원 가량 급증했다. 법인 자금의 대표적 단기자금 운용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매력적인 대체재가 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금리형 상품도 10여개에 이른다. CD금리,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뿐만 아니라 미국달러 SOFR(초단기채권) 금리를 추종하는 상품까지도 지난해 처음 국내 시장에 상장했다. 1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금리형ETF 상품군을 다각화해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서다.
◇금리형 넘어 K팝, 공모주, 방산까지 전략 투자도 ETF로
상품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은 금리형ETF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에는 국내 4대 연예기획사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에 투자 자금 대부분을 투입하는 ETF가 출시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POP포커스'로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형 상품이다. NH투자증권이 산출·발표하는 'iSelect K-POP 포커스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다. 종목 상위권에는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에스엠, 하이브, JYP Ent,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사이버 보안·우주항공·골프·K푸드 등 이색 ETF 테마도 등장했다. 특히 사이버 보안 ETF인 TIGER 글로벌사이버보안 INDXX는 상장 이후 24.8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디지털 시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양한 전략 지수를 활용한 ETF 상품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규상장 종목 가운데 상장일로부터 15영업일이 경과한 종목을 편입하고 140영업일 경과 시 편출하는 전략형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은 ETF도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본격 추진할 '기업밸류업 프로그램'과 연동된 ETF도 이른 시일 내에 시장에 선보일 전망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개선하거나 배당을 확대하고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상장사로 구성된 지수가 조만간 도출된다. 최근 저PBR주를 중심으로 투심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가치 상승이 유망한 기업을 ETF를 통해 선별할 수 있게 된다.
◇ETF 시장 이끄는 반도체…엔비디아, AMD, 일본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한번에
이처럼 ETF구성이 다각화하는 상황 속에서 단연 눈에 띄는 분야는 반도체ETF다. 최근 생성형(AI)에 대한 기대 속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연일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미국 증시 뿐만 아니라 일본 반도체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실제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대비 지난 1월까지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ETF(인버스·레버리지 상품 제외)에는 모두 반도체·AI 종목이 담겨 있다. 수익률 1위는 'KOSEF 글로벌AI반도체'로 15.30% 상승했다. 이 종목은 엔비디아, AMD, 에이스테크놀로지,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와 AMD 등 해외 반도체 업체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HANARO글로벌반도체TOP10 SOLACTIVE'(12.01%), 'ACE글로벌반도체TOP4Plus SOLACTIVE'(10.68%), 'HANARO 글로벌생성형AI액티브'(10.25%), 'KODEX 미국반도체MV'(8.93%)가 상위권을 형성했다.
최근 1년간 수익률로만 봐도 반도체 ETF가 압도적이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가 올랐다. 연 수익률 171.2%을 기록했다. 이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일간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데, 해당 지수에는 엔비디아, 퀄컴,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30종목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도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KODEX 미국반도체MV',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 등이 60~70% 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동성, 비용 감소…ETF 시장 지속 성장 기대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ETF시장 순자산총액은 121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말 기준 글로벌 ETF시장의 순자산규모가 전년 대비 19% 증가한 반면, 국내 ETF시장은 54.2% 성장했다. 순자산총액 1조 이상 종목은 26종목으로 전년(22종목) 대비 4종목 증가했다.
상장지수증권(ETN) 시장도 동반 상승세다. ETN 역시 ETF와 마찬가지라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다. ETN과 ETF를 함께 상장지수상품(ETP)라고 일컫기도 한다. ETN은 실제 지분을 사들이는 ETF와는 달리 증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이다. 본질이 펀드인 ETF와는 구분된다. ETN시장 지표가치총액은 14조원에 육박하며, 전년(9조7000억원) 대비 42.3% 증가했다.
상장종목도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ETF 신규 상장 종목은 160종목으로 2022년에 이어 최대치를 경신했다. 23년말 전체 상장 종목은 812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ETF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2조원을 기록, 전년 2.8조원 대비 15.3% 증가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일평균 거래대금이 6.7% 증가한 것에 비해 두드러진 수치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짐에 따라 평균수익률도 15.4%를 기록, 상승종목(518종목)이 하락종목(134종목)에 비해 많았다.
이처럼 ETF 시장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단연 압도적인 편의성 때문이다. 여타 공모형 펀드와는 달리 ETF의 경우 별도의 환매나 설정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시장을 통해 매수·매도만으로 손쉽게 분산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