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비이자이익 늘리기에 총력을 다한다. 지난해 비이자 부문 비중을 키운만큼 성장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수수료이익(1조7961억원)과 매매평가익(8631억원) 등을 포함한 1조90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3%(7531억원) 성장했다. 특히 하나은행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52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1% 늘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운용리스, 퇴직연금 등 축적형 수수료 개선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활용한 유가증권 관련 매매평가익이 증가했다”고 비이자이익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 중 하나금융을 비롯한 KB금융지주·신한지주 비이자이익은 지난해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거나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 평균 총영업이익 대비 비이자이익 비율은 21%로, 최근 5년 평균치인 12%보다 9%p 늘었다.
금융지주에서 비이자이익 존재감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자수익이 그룹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자장사'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31일 연간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그룹은 2023년 연결 당기순이익으로 3조4516억원을 거뒀는데, 이는 2022년 대비 3.3%(1190억원) 감소한 수치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누적 3709억원 규모 선제적 충당금을 적립한 것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신한지주나 우리금융지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지주 지난해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4조5708억원으로 4조7322억원을 기록한 2022년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순이익 전망치가 2조8494억원으로 2022년 3조324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지난해 이자수익이 25조5760억원, 20조4868억원으로 2022년에 비해 27%, 39% 늘어났는데도 순이익이 줄 것으로 예측됐다.
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 출연을 비롯해 부실대비 충당금 등이 늘어나며 이자수익 증가분에 비례해 순이익이 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비이자이익 부문이 강화되는 것은 수순”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이자이익 부문 중 하나인 파생상품 판매가 홍콩ELS 사태로 위축될 기미인데다 후발주자가 은행 순이익 1위 탈환을 공개 선언하며 '이자장사' 경쟁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최근 ELS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관련제도 개선을 검토하자 선제적으로 상품을 치운 것이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최근 공개적으로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기업영업을 중심으로 이자수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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