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개편 압박에 XBRL까지…대규모 상장사 주총 앞두고 부담 급증

대형 상장사의 이사회 개편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감사위원을 분리선출 하지 않고 있어서다. 다음달부터 이어질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대규모 상장사 상당수에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4일 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 191개사 가운데 108개사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56.5%에 이른다.

최근 개정된 상법은 최근 사업연도말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 상장사에는 의무적으로 특례에 따른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3인 이상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에 반드시 1명 이상은 분리선출 방식으로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없이 선임할 수 있는 일반 이사와는 달리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시에는 3%룰이 적용돼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앞서 소액주주연대나 행동주의 펀드는 이런 개정안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감사위원 추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남양유업, 아이에스이커머스, 아이큐어 등에 이러한 주주제안이 이뤄지기도 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이 되지 않은 기업 다수는 주주총회 소집 이전 적극적인 정보 제공으로 소액주주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회 성별 구성의 다양성 확보 역시 부담 요인이다. 지난 2022년부터 이사회 성별 구성에 대한 특례가 적용되면서 일부 의결권 자문기관은 성별 다양성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이사 임명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제 상장협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이사 선임 현황을 집계한 결과 총 78개 상장사가 임기만료 및 미선임 등의 이유로 신규 이사 선임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풀 부족 등의 문제로 여성 이사진을 찾기 어려워진 만큼 내부승진 여성임원 양성 등 지원 체계 구축에 공을 들여아 하는 상황이다.

이사회 구성 뿐만 아니다. 변화하는 기업 공시 체제 개편에 적응하는 일도 숙제다. 자산 2조원 이상의 비금융 상장사 157곳은 3월 발표하는 2023년도 사업보고서부터는 주석까지 '국제표준전산언어(XBRL)'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XBRL은 공시되는 정보에 태그(tag)를 붙여 표준화 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제도다. 주석에 표기된 이자비율이나 각종 비용을 손쉽게 줄 세워 비교·정리할 수 있게 된다. 내년부터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공시까지 의무로 부과되는 만큼 내부 회계 관리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이 어느 때 보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상장으로 인한 실무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배당 확대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이 추가로 가동되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게 실무자들의 반응이다. 한 대기업 상장사 관계자는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을 늘리더라도 배당금의 상당수를 세금으로 지출해야 하는 만큼 큰 유인책이 없다”면서 “지배구조부터 공시까지 점점 규제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상장기업에 부담만 줄 것이 아니라 세금감면 등 유인책 역시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개편 압박에 XBRL까지…대규모 상장사 주총 앞두고 부담 급증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