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멀티탭'은 자리마다 하나씩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다. 컴퓨터, 모니터, 공유기, 프린터, 충전기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전력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 보니 일하는 도중 멀티탭이 고장 나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다. 멀티탭에 문제가 없더라도 권장 사용 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서일까. 멀티탭은 길이가 충분하고 콘센트 수만 많으면 그만이라며 아무 제품이나 사다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사무실에서 멀티탭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두다 보니 제대로 청소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멀티탭에 연결한 수백 만원어치 전자제품이 한순간에 고장 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안전한 사무실 생활을 위해서는 멀티탭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관리하는 법을 숙지해 두는 게 좋다.
멀티탭 연결은 하나만, '문어발' 연결 지양해야
몇 년 전 "사무실에서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가끔 모든 전자제품이 꺼지는데, 멀티탭을 교체해야 하냐"라는 질문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질문자가 묘사한 멀티탭 구조를 보면 벽 콘센트에 멀티탭을 일렬로 8개나 연결했다. 여기에 컴퓨터와 모니터 8대, 프린터 4대를 연결했다. 마지막 멀티탭에는 정수기와 전자레인지까지 연결했다. 전기 배선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이었다.
멀티탭은 가급적 일렬로 연결하지 말아야 한다. 간혹 전자제품이 너무 많거나 벽 콘센트에서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멀티탭을 연장선처럼 이어붙이는 경우가 있다. 이 상황에서 멀티탭에 전자제품을 여러 대 연결하면 맨 앞에 연결한 멀티탭에 큰 부담을 준다. 과부하 차단 기능이 있다면 전원이 꺼지겠지만, 싸구려 멀티탭을 사용했다면 멀티탭이 과열되면서 불이 날 수 있다.
멀티탭에 전자제품을 얼마나 많이 연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면 연결할 제품의 소비 전력과 멀티탭의 정격 용량을 확인해야 한다. 소비 전력은 제품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최대 전력을, 정격 용량은 멀티탭이 전달할 수 있는 최대 전력을 의미한다. 단위는 와트(W)로 표기한다.
일반적인 컴퓨터의 소비 전력은 600W 이상이며, 고사양 컴퓨터는 더 많은 전력을 끌어 쓰기도 한다. 모니터, 프린터, 공유기를 비롯한 전자제품의 소비 전력은 제조사가 고시한 정보나 본체에 붙은 스티커에 표기돼 있다. 멀티탭에 연결할 전자제품의 소비 전력을 모두 합한 다음 멀티탭의 정격 용량과 비교해 보자. 소비 전력의 합이 정격 용량을 넘어서는 안 되며, 정격 용량보다 20% 이상 낮아야 안전하다. 멀티탭을 오래 쓰다 보면 전선이 낡아 정격 용량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나 온열기기, 전자레인지처럼 소비 전력이 매우 높은 제품은 가급적 벽 콘센트에 바로 연결하는 게 좋다. 이런 제품을 멀티탭에 한데 모아 사용하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거나 멀티탭이 과부화되면서 고장 날 가능성이 높다.
과부하 차단 장치만 있어도 화재 위험 줄어
다음으로 멀티탭에 안전장치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멀티탭에 접지 단자가 있으면 누전을 방지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출시된 멀티탭에는 모두 접지 단자가 있다. 안전을 위해 접지 단자를 필수로 탑재하도록 법으로 정한 덕분이다. 오래전에 출시했거나 해외 직구한 멀티탭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누전 걱정은 잠시 접어두자.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과부하 차단' 기능이 있는지다. 멀티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허용 전류와 정격 용량보다 높은 부하가 걸리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기능이다. 과부하 차단 기능이 있는 멀티탭을 사용하면 과열이나 화재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평소 관리도 중요해, 먼지 안 들어가게 배치·청소해야
사고를 예방하려면 평소에도 멀티탭을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내려앉은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으면 스파크가 튀거나 합선이 발생하면서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멀티탭에 남는 칸이 있다면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주기적으로 멀티탭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고 마른 면봉으로 콘센트 부분을 닦아야 한다. 이때 물이나 세제 같은 액체 혹은 세정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
멀티탭을 청소하는 게 귀찮다면 빈칸에 '콘센트 커버'를 장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하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사고를 예방하고 먼지를 청소하는 수고까지 덜 수 있다.
멀티탭을 두는 장소나 방향에 따라 먼지 유입을 줄이고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탁상용 멀티탭 거치대를 사용하면 책상 상판 바로 아래에 멀티탭을 숨길 수 있다. 책상이 먼지를 어느 정도 막아주므로 멀티탭을 책상 위에 그대로 올렸을 때보다 유입되는 먼지가 적다. 멀티탭 바닥면에 강력한 양면테이프나 폼테이프를 붙여 책상 상판 아랫면이나 책상다리에 고정하는 방법도 있다. 콘센트 부분이 아래나 옆을 보기 때문에 구멍에 먼지가 들어갈 염려를 덜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멀티탭은 소모품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아무리 신경 써서 관리해도 멀티탭을 영원히 사용할 수는 없다. 사용한 지 2년쯤 지난 멀티탭은 과감하게 새 제품으로 교체하자.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