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SK스퀘어 등 그간 한국 증시에서 저평가가 이어졌던 지주회사가 연이어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며 투자자 주목을 받고 있다. 주주환원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증권가 안팎에서도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지주사를 중심으로 기업가치 저평가(코리안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를 키우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지주회사 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이후부터 줄곧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TIGER지주회사 ETF는 에프앤가이드 지주회사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지주회사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으로 구성된다. SK, LG, HD현대 등 대형 지주사를 편입하고 있다.
TIGER지주회사 ETF는 개장 첫 날부터 1만190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지난달 31일, 지난 1~2일에도 연거푸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도 전일 대비 3.05% 상승한 1만1165를 기록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균 3000주, 평균 거래대금 2800만원 수준에 불과했던 지주회사 ETF는 지난 1일 하루 거래량이 335만주, 거래대금은 362억에 이를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달 들어서 5거래일 밖에 지나지 않은 7일 현재 역시 평균 거래량이 98만주, 거래대금은 106억원에 이를 정도다.
지주회사 ETF에 편입되지 않은 주요 지주사도 연이어 상승세다. 삼성물산, SK스퀘어, 금융지주사 등이 연초 들어 연이어 52주 신고가를 새로 쓰며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역시 전일 대비 4.27% 상승한 15만3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 뿐만 아니라 투자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스퀘어 역시 이날 6.09% 상승했다.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 역시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그간 관심에서 벗어났던 지주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주사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목하는 대표적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다. SK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지주사 91개사 가운데 7개사를 제외한 84개사가 PBR 1배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지주사 편입 비중을 늘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대신증권은 이날 지주사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하며 지주사인 SK와 CJ에 대한 커버리지를 개시했다. 전날 흥국증권 역시 SK의 목표주가를 22만원에서 26만원으로 크게 상향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는 공정거래법상 부채비율 한도 제한으로 안정적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고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과 로열티 수익 유입으로 현금흐름이 양호하다”면서 “대기업, 금융, 통신 등 규제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응하는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