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은 CPU와 램 그리고 그래픽카드지만 메인보드와 저장 장치도 신경 써서 골라야 한다. 메인보드는 컴퓨터에 들어간 여러 부품과 데이터의 흐름을 총괄하며, 저장 장치는 운영체제(OS)와 각종 프로그램을 불러오는 핵심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CPU와 램,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더라도 저장 장치가 너무 느리면 컴퓨터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무조건 빠른 저장 장치를 구입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격도 가격이고, 데이터를 최고 속도로 읽어야 할 일도 그리 많지 않다. 기본적인 속도만 보장된다면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건 '용량'이다.

최근 컴퓨터용 저장 장치는 SSD와 하드디스크(HDD)를 주로 사용한다. SSD는 형태에 따라 M.2 SSD와 2.5인치 SSD로 나뉜다. 서로 장단점이 다르고 세부 사양도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특정 제품이 훨씬 우수하다 단정 짓긴 어렵다.
M.2 SSD 1개는 필요, 메인보드 슬롯과 버전도 확인해야
M.2 SSD는 인터페이스에 따라 PCIe 방식과 SATA 방식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속도가 느린 SATA 방식은 최근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시중에서 찾아볼 수 있는 M.2 SSD는 대부분 속도 빠른 PCIe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최신 PCIe 5.0 버전 SSD가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는 10,000MB/s 이상이다. 이전 버전인 PCIe 4.0 SSD 속도도 6,000MB/s를 오간다. 하드디스크(200MB/s)나 2.5인치 SSD(500MB/s)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다.
PCIe M.2 SSD는 운영체제나 필수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파일을 빠르게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조립컴을 맞춘다면 PCIe M.2 SSD 하나쯤은 넣는 게 좋다. 단, SSD를 장착할 메인보드가 PCIe 버전을 어디까지 지원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메인보드가 PCIe 4.0 SSD까지 지원할 경우 PCIe 5.0 SSD를 꽂아도 4.0 버전에 해당하는 속도로 동작한다.

M.2 SSD 슬롯이 2개 이상 탑재된 메인보드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 보조 SSD 슬롯의 PCIe 버전이 메인 SSD 슬롯보다 한 단계 낮다. 메인 슬롯이 PCIe 4.0을 지원한다면 보조 슬롯은 PCIe 3.0까지만 지원하는 식이다. PCIe 버전이 높은 SSD가 너무 비싸 부담된다면 메인 SSD 용량을 줄이는 대신 용량이 큰 보조 SSD를 추가하는 방법도 좋다. PCIe 버전이 낮은 SSD는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운영체제와 주요 프로그램을 설치할 메인 SSD를 고를 땐 '디램(DRAM)'이 탑재됐는지 확인하자. 디램이 없는 SSD로 대용량 파일을 주고받으면 종종 속도가 느려진다. 운영체제나 게임을 실행하다 성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보조 SSD에는 용량이 큰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게임 데이터를 저장하면 좋다. 자주 쓸 파일을 저장하는 목적으로도 사용할 만하다. 포토샵을 자주 다룬다면 보조 SSD를 '스크래치 디스크'로 지정해도 좋다. 스크래치 디스크는 하드디스크나 SSD에 임시 파일을 저장하는 기능인데, SSD를 스크래치 디스크로 사용하면 포토샵 성능이 꽤 향상된다. 대신 포토샵을 실행하는 동안 수십 GB에 달하는 임시 파일이 생성되며 장치에 빈 공간도 많아야 한다. 따라서 메인 SSD 대신 보조 SSD를 스크래치 디스크로 지정하는 편이 낫다.
'하드디스크' 대용량 백업에 제격, 최대 수량 제한 주의

대용량 파일을 백업해야 한다면 '하드디스크'도 하나쯤 장착할 만하다. 저장 용량이 웬만한 SSD보다 큰 데다 용량 대비 가격도 SSD보다 6배 이상 저렴하다.
하드디스크는 3.5인치와 2.5인치 두 종류로 나뉘며, 최근 들어 용량 확보에 유리한 3.5인치 규격이 더 즐겨 사용된다. 용량은 제조사와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에는 4TB 이상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백업 목적으로 제조하는 하드디스크 중에는 20TB 이상 제품도 흔하게 보인다.
단점은 속도가 200MB/s 정도로, SSD에 비해 느리다는 것이다. 하드디스크 구조 특성상 데이터를 불러오려면 해당 데이터가 기록된 '섹터(Sector)' 위치를 찾느라 지연 시간이 발생하므로 실제 속도는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운영체제나 프로그램 설치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자주 사용할 파일도 가급적 SSD에 저장하는 게 좋다. 하드디스크는 자주 열어볼 일 없는 자료를 백업할 때 사용하자.

하드디스크는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며, 메인보드에는 보통 SATA 단자가 4~6개 정도 탑재돼 있다. 그런데 메인보드에 M.2 SSD와 하드디스크를 여러 개 연결하려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일부 메인보드는 M.2 SSD를 여러 개 장착했을 때 SATA 단자가 2개 정도 비활성화되는 경우가 있다. 메인보드 성능이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의 상세 정보나 매뉴얼에는 "2번째 M.2 슬롯을 사용할 경우 3·4번 SATA 단자가 비활성화됩니다"와 같은 주의 사항이 표기돼 있다.
한편 컴퓨터 케이스 크기에 따라서도 장착 가능한 하드디스크 수는 달라진다. 여유 공간이 많은 빅타워 케이스를 사용하면 하드디스크를 여러 개 연결할 수 있지만 크기가 작은 케이스 중에는 아예 하드디스크 장착 공간이 없는 경우도 있다.
2.5인치 SSD, 용량 작아 파일 백업 용도로는 부적합해

3.5인치 하드디스크보다 작은 2.5인치 SSD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드디스크와 달리 모터를 사용하지 않아 소음이 없고, 크기도 작아 미니타워 케이스에 여러 개 장착할 수 있다.
M.2 SSD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던 시기엔, 2.5인치 SSD는 하드디스크보다 빠르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 구매하기엔 단점투성이다. 용량이 큰 제품을 찾기 어렵고, 속도는 500MB/s 정도로 PCIe M.2 SSD보다 훨씬 느리다. 대용량 파일 백업 용도로는 부적합하다.
테크플러스 이병찬 기자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