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지난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갈수록 커지는 송출수수료 부담에 소비 침체, 업황 악화 등이 더해진 결과다. 올해 홈쇼핑 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송출수수료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GS샵·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 등 TV홈쇼핑 4사는 나란히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주요 TV홈쇼핑 4사 매출·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선방한 곳은 CJ온스타일이다. 지난해 CJ온스타일은 매출 1조3378억원, 영업이익 6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3%, 4.1% 감소한 수치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성장했다. GS샵 또한 매출 1조1311억원, 영업이익 1179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하락 폭을 최소화했다.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매출 1조743억원, 영업이익 44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 60.2% 감소했다. 현대홈쇼핑 매출이 전년 대비 역신장한 것은 창사 이래 22년 만에 처음이다. 롯데홈쇼핑 또한 매출 9416억원, 영업이익 83억원으로 각각 12.6%, 89.4% 줄었다.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에 매출 1조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같은 부진은 과도한 송출수수료 부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 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TV홈쇼핑 7개사가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1조9065억원에 달한다. 당해 홈쇼핑 방송 매출액의 65.7%에 달하는 수치다.
송출수수료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 10년 전인 2013년 28.3%였던 수수료 비중은 지난 2018년 46.6%를 기록한 데 이어 2022년 60%를 넘겼다. 10년 사이 TV홈쇼핑 방송 매출액은 5000억원이 줄었지만 송출수수료는 1조원 가까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송출수수료는 2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홈쇼핑 업계는 부진한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가장 먼저 성과급을 줄였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성과급을 일찌감치 '0원'으로 책정했고 현대홈쇼핑과 GS샵도 각각 30%씩 성과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도 송출수수료 협상에서도 적극 방어에 나선다. 지난해 홈쇼핑사들은 방송 사업자와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마찰을 빚으며 송출 중단(블랙아웃)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산업 트렌드 부진과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 경쟁 속에서 송출수수료 추가 인상은 사업 존폐 여부와 직결된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 고정비 증가 등으로 영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각 사 별로 비용 절감과 플랫폼 다각화에 힘을 쏟는 한편 송출수수료 협상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주요 4사 매출·영업익 모두 하락
소비 침체·송출수수료 부담 영향
업계 “추가 인상, 사업 존폐 직결”
성과급 감축 등 비용 절감 노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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