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UN글로벌콤팩트(UNGC)가 발표한 'Who Cares Wins'라는 보고서에 세계 경영패러다임을 새롭게 전환시키는 한 용어가 등장했다. 이후 이 용어는 곧 '전 세계의 목소리'로 변모해 기존의 '비즈니스'가 '환경'이라는 또 다른 세상과 균형을 이뤄야 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올바른 기업'이라는 의식을 경영에 내재화시킨다. 바로 'ESG'이야기다.
그동안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으나 이제는 우리의 환경을 보호하고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경영이 기업가치의 핵심이 됐다. 소프트웨어(SW)산업계에도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지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ESG 경영을 SW산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우리나라 SW산업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국내 SW 기업이 세계 평화, 인류의 기후·식량 위기를 기업의 최고목표로 설정할 정도로 비재무적 요소가 견고해 보이지는 않는다. 설령 그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실현 시키기 위한 '비용'과'인력'이 대기업 투자와는 괴리감이 크다. 오히려 지속가능한 발전을 시도한 ESG경영이 기업의 수명 단축에 영향을 미칠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SW산업에서 ESG경영은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실천돼야 하나 중견·중소기업이 책임질 수 있는 규모와 역량 내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추세라는 발목에 잡혀 무작정 ESG경영 방식을 선택하게 되면 경영의 한 요소로만 자리 잡아 실무진 중심의 단편적 ESG개선이 돼버릴 가능성이 크다. ESG경영은 투자력이 관건이 아니라 리더십의 역할을 중심축으로 개편되어 한다. 최고 경영진 중심의 ESG체질 개선이 전제되어야 선택과 책임에 따른 SW산업의 ESG경영 수준이 균형을 이룰 것이다.
새로운 경영방식이 나온다고 해서 기업의 근본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SW산업의 ESG경영은 기술 접근성, 디지털 격차 해소, 사용자 데이터 보호, 안전한 온라인 환경 조성 등을 통해 SW 소외계층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SW산업의 ESG경영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전 산업에 걸쳐 ESG경영을 평가하는 여러 기관이 제시하는 상이한 공시기준으로 평가 결과 또한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ESG평가를 받는 기업의 경영 혼돈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SW분야 기업을 위한 맞춤형 평가기준이 부재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기업 입장에서 보다 유연하고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일관된 ESG경영 도입을 위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마련 중에 있다.
먼저, 다가오는 미래세대 소비자를 위하여 지속가능 경영의 박차를 가하는 협회 회원사를 지원하기 위하여 협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는 ESG경영 실천 방안과 산업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평가 및 진단에 대응코자 ESG에 대한 SW기업 인식전환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SW기업이 ESG경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회원사에 도움을 주고자 협회 산하 ESG위원회는 '소프트웨어산업을 위한 ESG 가이던스'를 발간했다. 가이던스를 시작으로 SW산업의 ESG도입과 대응이 진행되다 보면 우리 산업의 특화된 ESG의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SW산업에 맞는 맞춤형 ESG 경영도입의 선택과 책임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임을 인지하기에 업계와 지속적인 소통과 노력의 자세를 견지하겠다.
박연정 굿센 대표·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ESG위원회장 yjpark@goodc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