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폭정기 5년을 지낸 결과 신규 원자력발전소는 박근혜 정부 때의 전력수급계획에서 계획했던 것보다 4기가 줄었고 월성원전 1호기는 허가받은 기간을 마치지 못하고 영구정지 되었다. 계속운전이 예정되었던 몇 기는 신청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몇 년간 놀아야 한다. 적어도 10조원 이상의 손실이 이 때문에 발생할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몇 배 늘어났고 덩달아 가스발전도 늘었다. 그럼 지금 뭘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말이 많고 변명이 많은 것은 거짓 논리를 전개하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전기요금은 50%로 올리고도 한전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의 적자는 자회사로 떠넘겨져서 문재인 정권에서도 흑자를 입던 한수원은 원전 이용률이 높고 높은 성과를 보임에도 적자를 입고 있다. 현재 유가가 내려서 다소 여유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적정 에너지 믹스'에서 벗어난 채로 있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다. 여차하여 유가가 다시 오르면 아마도 지금보다 몇 배도 더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것이다.
동일시간대에 여러 가지 발전원이 전기를 생산하면 한전이 그 가운데 가장 싼 전기를 공급받아야 할 텐데 원전보다 5배 이상 비싼 재생에너지 전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더 늘릴 모양인데, 그렇게 되면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애초에 보조금에 의존하는 산업은 보조적 수준으로 두어야 하는데 보조금의 규모가 점점 더 늘어서 숙주를 죽일 만큼 키우고 있는 것이 문제다. 보조금은 산업발전을 도모하고 보조금을 줄 필요가 없어질 전망이 있을 때 지원하는 제도인데 그간 보조금은 국내산업을 발전시키기 보다는 값싼 중국산 패널을 수입하는데 다 들어갔으니 중국에 퍼준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생에너지 대세론을 주장하는건 참 망국적이다.
원전수출은 막대한 재정투자가 필요하다. 수입하는 나라가 자기 돈만으로 원전을 구매하는 UAE와 같은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아니 유례없는 경우다. 원전수출을 하려면 자본을 가지고 가야한다. 그런데 한전의 적자상황은 이런 투자를 못하게 한다. 한수원마저 덩달아 적자를 입게 되면서 원전수출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것이다.
전력에 대한 불안도 가중되었다. 해가 좋은 휴일에는 전력당국자가 여행을 갈 수도, 휴식을 취할 수도 없다. 전남지역에 과도하게 깔아놓은 태양광이 전력을 과잉생산하게 되면 전력망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남지역에는 전력을 소비할만한 공장 등의 수요가 없다. 통제가 안 되고 있는 양만큼 재생에너지소를 깔아버린 것이다. 독일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수요처와 재생에너지 공급처가 다른 것이다. 그 결과 전력망이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말로는 분산전원이니 뭐니 하는데 결국 그것도 사기였던 것이다. 소비지 근처에 발전시설을 건설한다고 해놓고 사실상 그도 아니었던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아야 한다. 공급보다는 연구개발에 투자해서 가격이 낮아지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싼 이유는 기술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중국의 전기가격이 싸기 때문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풍력발전을 전개하겠단다. 내륙에는 적격지가 없으니 해상풍력 하자는 것이다. 그럼 육상풍력보다 2배 비싸진다. 그럼 전기요금이 얼마가 되겠는가? 한전적자는 어떻게 될까? 그런데 왜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이게 무슨 일일까?
산업부는 전력수급의 문제, 재생에너지 문제, 한전 적자, 탄소중립, 원전 생태계 등의 문제를 각각 따로 풀고 있다. 그 결과가 서로 맞지 않은 듯이 보인다. 탄소중립2050계획은 여전히 원전은 배제하고 있고 위원장이 녹색양복을 입고다니는게 이번 정부에서 보여주고 있는 전부다. 탄소중립을 하려면 무탄소 전원을 늘려야 하고 재생에너지는 입지도 가격도 우리실정에 맞지 않기 때문에 원전을 늘려야하고 그렇게 하려면 경제성장률을 토대로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예측하는 모델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추가적인 원전수요가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데 풍력 늘릴 생각만 하는 모양이다.
국민의 관심 밖에서 총선시기를 틈타서 잘못된 일을 도모하는 사람이 많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bjchung@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