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소상공인 간편결제시스템 제로페이 전면 개편에 나선다. 제로페이 이용 확대부터 전담 자회사 설립까지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전반적으로 검토한다. 그동안 제로페이 운영을 담당해왔던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는 결별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소진공은 지난해 말부터 이사회에서 '소상공인 간편결제시스템(제로페이) 개편과 출자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고객 만족도 향상과 해외 이용자 편의성 도모 등 제로페이 서비스 이용 측면뿐만 아니라 소진공 내 제로페이 운영 전담부서 설치 또는 자회사 설립 등 운영 주체 변경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18년 정부 주도로 도입된 간편결제 표준 플랫폼이다. 2019년 9월 민간 재단법인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제로페이 시스템 구축과 운영, 단말기 보급, 가맹점·참여사업자 모집 등을 담당해왔지만 지난해부터 주요 기능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이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제로페이 관련 예산 역시 편성되지 않았다.
중기부와 소진공이 제로페이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한결원의 제로페이 부실 운영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지난해 한결원 사무와 제로페이 운영실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주의·경고 3건, 시정요구 1건, 개선요구 2건 등의 처분을 내렸다.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판매 자격이 없는 기관 9곳과 계약을 체결한 후 판매수수료 약 19억원을 지급하고, 조례·지방계약법 등에 따른 경쟁입찰 없이 각 지방자치단체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을 판매한 점 등을 지적했다.
운영실적도 부진했다. 중기부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제로페이 결제액은 2조4650억원으로 국내 민간 시장 결제액의 0.25%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모바일 지역상품권이 연동되지 않은 14개 지역 제로페이 가맹점 약 89만곳 이용실적도 평균 17%에 머물렀다.
부실 운영과 실적 저조로 소진공이 사실상 제로페이 운영 권한을 회수한 상황에서 내부에 이를 전담할 부서 또는 자회사 설립, 민자 합작회사 출자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직불 결제 기능을 강화해 소비자 이용률을 높이고, QR코드 결제가 익숙한 해외관광객 대상 편의 기능 확대도 개편 방안에 담는다.
다만 제로페이 전면개편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담당부처·기관인 중기부와 소진공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제로페이 실효성 지적이 테이블에 올랐지만 중기부는 지난해까지 제로페이에 예산 총 505억원을 투입했다. 중기부 감사 보고서에서도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운영기관 선정절차 부적정과 간편결제 서비스 활용 저조에 대해 중기부와 소진공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소진공 관계자는 “제로페이 운영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재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운영 주체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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