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예비후보자 옥석 가리기와 함께 본격적인 공천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지역구 출마자를 대상으로 한 공천 면접과 함께 지역구 재배치를 포함한 일부 조정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3선 중진인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도부 요청을 수락해 험지 도전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3일 예비후보자 면접을 시작했다. 첫날인 이날 서울·제주·광주 지역 면접을 진행했다. 예비후보자 면접은 오는 17일까지다.
후보자들은 자기소개와 함께 선거에 관한 준비 과정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각 지역이나 인물 맞춤형 질문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일부 후보자는 면접 시간이 생각보다 짧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역구 후보자 컷오프를 위한 면접이 진행되면서 지역구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 지원자가 몰린 탓이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성동구을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지상욱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으로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후보군이다.
이날 공천 면접을 진행한 성동구을 도전자 세 명은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하 의원은 공천 면접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남은 정치 인생을 성동을에 바친다고 했고 절대 다른 곳에 갈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이 전 의원 역시 “지역구 조정 의사는 전혀 없다. 제일 (공천) 신청을 먼저 한 내가 (지역구를) 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전 장관도 “출마를 결심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당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협조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유권자를 만나면서 뛰고 있는데 이 순간에도 본분에 충실히 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같은 지역에 우리 인력들이 몰린 경우에는 승리를 위해 재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내 다른 지역구에서도 재배치가 진행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은 여당 텃밭인 서울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양지 출마 논란이 일자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남을 현역 의원이자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인 박진 전 외교부 장관도 결단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의 수도권 차출도 변수다. 당내에서는 서울 서대문 출마를 거론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다만 인 전 위원장은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은 “최근 전화 통화로 물어봤더니 지금은 사모님이 반대한다고 한다. 지역구 부담도 있어서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겠다고 했다”면서 “선거가 끝나면 당사로 모셔 도시락 미팅이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열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낙동강 벨트' 전선에 나설 중진 재배치도 이뤄지고 있다. 3선인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대신 경남 김해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갑과 경남 양산을에 도전장을 던진 서병수·김태호 의원에 이어 세 번째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다시 한번 과반 의석을 차지하거나 원내 1당이 되면 자유민주 대한민국은 명을 다하게 될 것”이라며 “당이 저 같은 사람에게 현역 민주당 의원 지역에 출마를 요청한 것은 김해에서 이기면 수도권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를 수락한 건 대의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