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값비싼 질화갈륨(GaN) 반도체를 산업현장에서 무한 복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산 단가를 크게 줄여 전력반도체를 양산해 시장 선점을 기대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이동선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반도체공학과장)팀이 금속유기화학 기상증착법만으로 GaN 반도체 원격 호모(homo)-에피택시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반도체 물질을 아주 잘 정렬된 형태의 박막으로 성장시키는 에피택시 기술은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이다. 에피택시 기술을 응용한 GaN 원격 호모-에피택시는 GaN 웨이퍼 위에 2차원(2D) 물질을 형성한 뒤 웨이퍼와 동일한 품질의 GaN 반도체를 성장시켜 쉽게 떼어낼 수 있다. 하나의 GaN 웨이퍼로 GaN 반도체를 복사하듯 계속 생산할 수 있다.
특히 GaN 반도체는 고속 스위칭, 저손실 및 고효율을 특징으로 차세대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물질로 주목받고 있으며 산업계에서의 큰 활용을 예상하고 있다.
기존 에피택시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실제 활용되는 약 1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반도체 물질을 얻기 위해서 대략 1000배인 1㎜ 두께의 웨이퍼를 사용했다. 2017년 김지환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 교수팀이 분자 빔 에피택시법을 활용해 기존의 난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원격 에피택시 기술을 제안해 학계 및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팀이 제안한 원격 에피택시 기술은 웨이퍼 위에 그래핀처럼 매우 얇은 2D 물질을 형성하고 그 위에 반도체 물질을 성장시키는 독특한 방식이다.웨이퍼의 특성을 그대로 복사한 박막 형태의 고품질 반도체 물질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웨이퍼에서 '박리(떼어냄)'까지 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웨이퍼를 무한히 재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은 웨이퍼 표면의 전기적 특성이 그래핀 막을 투과하는 것을 이용한 원리로, 2D 물질을 사이에 두고 반도체 물질이 웨이퍼와 직접적으로 결합하지 않아서 반도체 물질만 박리할 수 있다.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나 전기차 충전장치 등에 널리 사용하는 GaN 반도체는 GaN 웨이퍼를 써야 효율이 가장 높지만 가격이 사파이어 웨이퍼보다 약 100배 비싸다.
따라서 값비싼 GaN 웨이퍼를 재사용할 수 있는 원격 에피택시 기술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분자 빔 에피택시법과 금속유기화학 기상증착법을 함께 사용해야만 GaN 원격 에피택시 기술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유기화학 기상증착법만 원격 호모-에피택시 기술에 적용할 경우, 고온 성장 조건에서 GaN 웨이퍼 표면이 분해되어 2D 물질 삽입층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이동선 교수팀은 산업계에서도 널리 활용하고 있는 금속 유기화학 기상 증착 방식만으로, 2D 물질이 형성된 GaN 웨이퍼 위에 저온 GaN 완충 층을 성장함으로써 2D 물질을 완벽히 덮어 보호하는 방식으로 GaN 반도체를 성장시켜 박리할 수 있는 GaN 원격 호모-에피택시 기술을 최초로 구현했다.
이동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GaN 원격 호모-에피택시'기술을 구현한 것으로,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이 기술을 토대로 향후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마이크로 LED 및 차세대 GaN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을 선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지도하고 곽희민 박사과정생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오상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팀의 협력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 사업과 개인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았다. 재료과학·화학 분야의 저명 국제학술지인 '미국화학회(ACS)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앤 인터페이스' 온라인에 최근 재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