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프롬프트'가 신년 트렌드로 꼽힐 정도로 기술 접목 사회의 개막이 머지않았다. 호모 프롬프트는 인간(Homo)과 지시·명령어를 뜻하는 프롬프트(Prompt)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로봇 등 신기술을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뜻한다. 챗GPT에 적절한 질문을 해서 좋은 답변을 얻어내는 능력이 대표적이다.
사용자와 기술은 볼트와 너트 같은 관계다. 사용자가 지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 공급자는 기술을 개발할 때 지시를 잘 수행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즉 기술이 순탄하게 사회에 자리 잡으려면 우수한 사용자 친화성을 갖춰야 하고,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며 성장 중인 산업이 웨어러블 로봇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착용자의 근력을 증강하거나 보조하는 형태의 로봇 시스템이다. 동력을 만드는 엑츄에이터 기술성, 착용한 인간과 밀접한 상호작용을 위한 센서 성능과 안전성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하는 기술집약적 분야다. 다방면의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는 만큼 범용화되면 일상을 뒤바꿀 파급력도 충분하다.
웨어러블 로봇이 상용화되면 산업 현장에선 '아이언맨'처럼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업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산업현장 밖 일상 혁명이다. 근력이 약한 노인 인구의 재활, 나아가서 하반신 마비 등 근력 구동이 불가능한 장애인의 보행 수단도 될 수 있다. 그야말로 '모두를 위한 기술'이다.
실제 2023년이 산업용 로봇의 해였다면 2024년엔 웨어러블 로봇 등 일상 속 서비스 로봇의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선 세계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30% 이상을 기록하며 2030년 132억달러(약 18조원)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웨어러블 로봇이 일상화되려면 사용자 맞춤형 설계가 필수적이다. 베노티앤알 로봇 계열사 휴먼인모션로보틱스가 개발한 이족 보행 웨어러블 로봇 엑소모션은 실제 후천적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경험과 자문을 기반으로 설계했다. 상반신과 손 사용 제약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핸즈프리로 개발했고, 독립적으로 보행 가능한 '셀프 밸런싱' 기술을 탑재했다.
웨어러블 로봇 개발의 다음 단계는 초개인화 커스터마이징이 될 것이다. AI 발달로 맞춤형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다. 퍼스널 모빌리티나 디바이스로 정착하려면 잠재적 사용 집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별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나만의 로봇' 설계가 필요하다.
글로벌 단위에선 이미 로봇의 개인화를 위한 다방면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일례로 최근 스위스에선 눈빛과 호흡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 팔을 개발 중이다. 웨어러블 로봇 영역뿐 아니라 가전, 물류 등 일상 서비스 전반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와 교감하는 반려 로봇이나 개인 비서 로봇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모두가 자신만의 로봇을 갖춘 풍경이 이미 먼 미래에서 현재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최초로 '인간'의 명칭이 붙은 '호모 하빌리스'는 '도구를 사용하는 인류'라는 뜻이다. 결국 웨어러블 로봇을 포함한 로봇 산업 전반은 사람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기술이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론도 지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로봇뿐 아니라 AI, 자율주행 등 모든 신기술의 조화로운 정착을 위해선 사용자 친화성을 우선해야 한다. 인간 친화적인 로봇과 기술 친화적인 호모 프롬프트의 시너지로 한층 더 발전할 편리한 내일을 고대한다.
정집훈 베노티앤알 대표 xomotion@benotn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