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제작해 한국 사이버 범죄 조직에게 팔아 넘긴 북한의 외화벌이 조직을 적발됐다.
해당 조직은 중국 단둥에서 활동 중인 '경흥정보기술교류사'로 김정은 개인 비자금을 조달,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조직이다.
국정원은 조직원 신원과 사이트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사진과 영상 등을 입수했다. 이들에게 수천 개 도박 사이트 제작을 의뢰하고 판매해 수조원대 수익을 올린 한국인 범죄 조직도 경찰과 함께 조사 중이다.
이 조직은 대남 공작을 담당하는 정찰총국 소속으로 39호실에 파견돼 '경흥' 운영을 총괄하는 김광명 단장 아래 정류성, 전권욱 등 15명 조직원이 체계적인 분업 시스템을 갖추고 성인·청소년 대상 도박사이트 등 각종 소프트웨어를 제작, 판매해 매달 1인당 통상 500달러씩 평양에 상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수한 사진과 영상에는 북 IT 조직원 이름, 소속 등 신분을 밝힌 SNS 대화부터 일감 수주에 활용한 중국인 가장용 위조신분증가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의 체류지는 조선족 대북 사업가가 운영 중인 단둥시 소재 '금봉황 복식유한공사'라는 의류 공장 기숙사로 확인됐다.
단둥은 중국에서 북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의류 생산 기지로 부상한 곳이다. 북한 IT 외화벌이 조직이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 체류하며 불법 외화벌이를 자행하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인 브로커를 통하거나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중국인 신분증에 본인 사진을 합성해 중국인 개발자로 위장한 뒤 SNS나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감을 찾았다.
IT 업계 종사자의 경력 증명서나 박사 학위를 도용해 IT 역량을 보유한 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고수익을 보장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 제작 수주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에 건당 5000 달러, 유지·보수 명목으로 월 3000달러를 받으며 이용자 증가 시 월 2000에서 5000달러를 추가로 수수했다.
아울러 이들은 도박 사이트를 제작해준 뒤 관리자 권한으로 회원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베팅을 자동으로 해주는 '오토 프로그램'에 악성코드를 심어 회원 정보도 탈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방법으로 확보한 한국인 개인정보 1100여건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판매를 계획하기도 했다.
정보·수사당국은 이번에 적발된 국내 범죄조직이 도박 사이트용 서버를 구매해 북한 IT 조직에 제공했고, 이들이 해당 서버를 우리 기업 기밀을 해킹하는 데 이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은 중국인 명의 은행 계좌, 한국인 사이버 도박 조직의 차명 계좌, 해외 송금이 용이한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 등을 활용해 대금을 수수하고, 중국 내 은행에서 현금화한 뒤 북한으로 반입했다.
국정원은 “경흥 IT 조직처럼 해외에서 사이버 도박 프로그램 등을 개발·판매하는 외화벌이 조직원은 수천 명에 달하며 대부분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최근 국내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사이버 도박 범죄 배후에 북한이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구체적 증거가 최초로 공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