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4가 열렸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전시회다.
1967년 미국의 뉴욕시에서 시작됐고, 1978년부터는 라스베이거스와 시카고에서 여름과 겨울에 격년제로 운영되다가, 1995년부터 현재의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올해 CES를 방문한 사람은 약 13만5000명으로 지난해 11만5000명보다 17% 늘고, 코로나 확산으로 축소됐던 2022년 4만5000명 보다 3배나 늘었다. 참가 기업 수는 150여국 4300여개에 달했으며 3200여개 기업이 참가했던 지난해보다 34%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760여개 기업이 참가해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올해 CES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All Together, All On)'였다. 전 산업군의 기업이 힘을 합쳐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으로 신기술·신제품이 대거 출품됐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의 디판잔 차터지 수석 애널리스트는 “아마도 (지금) 물어봐야 할 질문은 AI가 올해 무엇을 터치하지 않을 것이냐”라며 터치하지 않을 분야가 없을 것임을 상기하고 “챗GPT는 지난해 기업들이 AI 열차가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서둘러 가야 하는 열차라고 느낄 정도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라고 했다.
국내 대표 AI 전문가 배경훈 LG AI연구원장 등과 CES를 소개한 관람후기, 현장취재를 통한 분석자료들은 현장의 이해를 더욱 쉽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AI에는 희망 섞인 기대감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금융업무의 무결성을 강조하면서 'AI가 국가 금융 안정성에 잠재적인 위험임을 확인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대규모 데이터와 제3의 공급 등의 높은 AI 의존도는 데이터 통제와 프라이버시, 사이버 보안 등의 운영에 위험요소'라고 했다. AI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위험한 흉기가 될 수도 있음을 알고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CTA는 28개의 부문에서 혁신상과 최고혁신상을 시상했으며, 총 27개의 제품을 최고혁신상으로 선정했다. 국내 134개 업체가 혁신상을 수상하고 8곳이 가장 큰 영예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최고 혁신상을 받은 기업은 텐마인즈, 로드시스템, 만드로, 미드바르, 원콤, 스튜디오랩, 탑테이블, 지크립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더 진화한 AI 기술을 품은 가전과 TV를 소개하고, SK는 탄소감축 기술을 망라한 테마파크 콘셉트 부스에서 '넷 제로(Net Zero)' 세상의 청사진을 보여주었다.
현대차는 수소 모빌리티 다이스(DICE)와 스페이스(SPACE), 시티 팟(CITY POD) 등이 전시됐다. 미래형 모빌리티로, AI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맞춤형 이동을 제공하거나, 차체를 재활용해 스마트팜으로 활용하는 등의 미래상을 담았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32개 기관과 443사가 참여해 통합한국관을 운영했다. 서울시는 서울관을 운영하고 서울AI허브 등 13개 기관 및 서울 소재 스타트업 81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이노베이션 포럼 2024′에서 서울스마트라이프위크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장은 '디지털청년인재 포럼'을 개최하고 “글로벌 R&D 교류를 위한 협력 기반 확충과 세계 유수 대학 및 기업과의 인력교류도 활성화해 우리나라 디지털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이 기업과 정부, 유관기관이 국가계획과 최첨단 시스템을 소개하고 국위를 선양한 일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연구개발과 제품생산에 박차를 가해서 앞으로의 CES에서도 선진국 대열에 뒤지지 않도록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명선 전 KAIST 교수 mschoi020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