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O가 뉴미디어(모바일)에 대한 중계권 우선협상 대상자로 티빙을 선정하였다. 프로축구 K리그에 이어 국내 프로야구도 OTT서비스와 시너지를 기대하는 때가 도래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내 프로야구의 '유료화'라고 정의하며 여러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표현이다. 먼저 지상파, 종편, 특정 케이블(PP)등을 통해 기존처럼 야구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네이버 등 포털에서 볼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다른 의미에서는 유료방송을 통해 보는 중계 역시 한 달에 일정 수준의 이용료를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엄밀히 무료는 아니다. 거기에 중계 중간중간 광고를 시청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기존의 네이버와 통신사 컨소시엄이 독점 계약했던 뉴미디어 중계권을 티빙이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KBO는 왜 티빙을 선택했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크게는 돈과 발전 가능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KBO가 티빙을 선택한 것은 이미 글로벌 흐름이 된 '스포츠의 콘텐츠화'와 '스트리밍화'에 맞춰 KBO 역시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고 티빙이 바람직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이미 국민 77%가 OTT를 시청할 정도로 OTT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면서, OTT사업자들이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딜로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해 OTT를 포함한 스트리밍 업체들이 주요 스포츠 독점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약 6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예측했다. 2022년 美 애플TV+는 2032년까지 10년간 미국프로축구(Major League Soccer, MLS)을 독점 생중계하는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 넷플릭스는 역대 최고 중계료를 주고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를 2025년부터 10년간 중계하기로 했다.
최근 ESPN, 폭스(Fox),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등 미국 주요 3개 방송사가 스포츠를 전문으로 중계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NFL, NBA, NHL 등의 미국 내 메이저 리그 경기를 중계하는 메가 스트리밍 서비스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메가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은 미국 방송 시장 중심이 유료 방송에서 스트리밍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랩터(Raptor)'로 알려진 메가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는 모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NFL, NBA, NHL 등 스포츠 경기 중계를 모두 제공하는데 이는 미국 전체 중계권 시장의 85%에 해당한다. 각 회사들은 새로운 서비스 지분을 3분의1씩 가지며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례를 살펴보면 변화가 필요한 KBO는 OTT 생중계로 새로운 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높아진 중계권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가 많이 없고, 젊은 층 수요가 낮아지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서비스 파트너가 필요하였다. 거기에 코로나 등으로 인한 중계방식과 소비 행태 변화에 따른 적응과 숏폼, 다큐멘터리, 이벤트 등 단순 중계가 아닌 스포츠를 통해 파생되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티빙은 이런 변화된 요구 속에서 2차 저작물 생산을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스포츠와 관련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거기에 기존 10개 구단이 대부분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입장권료와 광고, 굿즈 판매 외에도 그간 중계 영상을 활용 못 한 각 구단의 하이라이트 영상 소스를 활용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공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프로 스포츠의 콘텐츠화, 스트리밍화에 대한 선순환 고민이 필요한 때다.
해외에서는 이미 2022년부터 스포츠 단체 외 팀들이 제공하는 자체 OTT가 등장한 상황이다. 시청자들이 스포츠를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우후죽순 난립할 경우 시청자들의 이용 저항과 실망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거기에 글로벌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보다는 국내 OTT가 주도하는 것이 해당 스포츠 업계 발전을 위한 선순환 구조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콘텐츠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티빙 입장에서도 드라마 2편 정도의 제작비로 8개월 동안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운영효율성 측면에서도 오히려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상호 간의 시너지로 발전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 경험이 많은 티빙이 국내 프로야구의 가치를 재창출할 수 있다면, 국내 이용자들은 단일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야구 중계를 즐기고 파생되는 무료 콘텐츠로 디지털 스포츠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티빙이 유력한 넷플릭스의 경쟁자로 거듭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며, 이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KBO와 티빙의 여정은 얼마나 이용자를 향해 따뜻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 yh.kim81@dgu.ac.kr
〈필자〉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이자 오픈루트 연구위원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다. 미디어와 경영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미디어 산업을 보는 폭넓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디어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