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디지털전환'(DX)을 위한 가속페달을 밟는다. 산업 디지털 전환(DX)이 세계 각국에서 국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가치로 떠오르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DX가 산업 생태계가 선순환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헸다.
산업부와 KIAT는 지난해 12월 '산업 디지털 전환 위원회'를 열고 산업 DX 선도사업 5개를 선정했다. 업종별 DX를 선도하는 우수 과제다. 향후 5년간 민·관 합동으로 약 1235억원을 투자한다. 각 사업은 기술개발, 사업화,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연계 지원을 받는다.
산업계는 이번 선도사업 가운데 전기자동차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표준화하는 'AI 기반 전기차 밸류체인 자동생산 플랫폼' 과제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협업 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품질, 생산 조건, 설비 이상, 품질 상태 등 데이터를 국제 표준으로 통일하는 작업을 우선 진행한다. 또, 프레스·차체·도장·조립 등 전기차 주요 공정에 AI 기반 자율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는 성과를 도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표준 부재, 보안 문제, 기술 격차 등으로 추진이 미진했던 AI 기반 밸류체인 협업 시스템을 자동차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라며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조선 분야의 선도 사업인 '스마트십 서비스 협업 생태계 조성' 과제에도 업계의 관심이 높다.
기존 스마트십-관제센터에 한정된 데이터 플랫폼을 해운·항만 등 밸류체인 전반에 확장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게 핵심이다. 표준화한 데이터 공유 체계를 기반으로 선박, 항만, 물류, 기자재 등을 연계한다.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선박에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스마트십-기자재 간 데이터를 연계하면 기자재 사전 유지보수 서비스가 가능하다.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항 전 유지보수가 필요한 기자재를 정비, 출항 후 사후 유지보수에 드는 수천만원대 출장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각종 부품 등에 대한 사전 관리로 고객 서비스 품질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선박-항만 간 데이터를 연계하면 항구별 선적 일정에 맞춰 입항을 관리할 수 있다. 현재는 선박에서 선적할 수 있는 항구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아, 선박들이 선적 일정에 맞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저속 운항하거나 항구 주변에 도착해서도 주변을 배회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해당 서비스를 구현하면 연비 효율화는 물론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해당 서비스를 개발, 선박에 스마트십 신서비스를 탑재해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조선 하드웨어 경쟁력에 스마트십 신서비스까지 탑재하면 국내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민병주 KIAT 원장은 “산업 DX 선도사업은 빅데이터와 AI로 제조업의 밸류체인을 디지털화해 업계의 DX 비전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선도사업 모델을 성공적으로 업계에 확산하도록 확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