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 이희준, '날카로운 캐릭터 만든 따뜻한 열정'(인터뷰)[종합]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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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매력에 직접 둘러본 어르신들의 모습을 채워넣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65세 연기, 확신을 갖고 선택해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배우 이희준이 '살안자ㅇ난감' 송촌으로서 활약을 이같이 되짚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인자ㅇ난감'에서 열연한 배우 이희준과 만났다.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희준은 전직 형사에서 하루아침에 살인을 저지른 뒤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살인을 이어가는 송촌 역으로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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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헤어를 더한 날카로운 비주얼은 물론 목소리톤이나 제스처까지 완벽한 60대로 변신한 이희준의 이미지는 상당한 파격감을 선사했다. 또 전체화면 중심으로 전개된 콜라텍신을 비롯한 다양한 액션장면들은 물론, 손석구(장난감 역)·최우식(이탕 역)·노재원(하상민 역)·김요한(노빈 역)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과의 복합적인 감정대치까지 거칠면서도 날카로운 감정선을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중간중간 은근히 흐르는 인간고독감을 표출하는 바도 돋보였다.

이희준은 은근한 유머감각과 함께, 진지하면서도 묵직한 시선으로 '살인자ㅇ난감'을 대했던 심정들을 이야기했다.

-공개분 시청소감?

▲감독님의 연출에 놀랐다. 이탕의 첫 살인, 못박기·고등학교 때 괴롭힘 등의 서사들을 볼 때 편집팀과 감독님이 이야기를 많이 했겠구나 싶었다.

마지막 공장신에서 깜빡이는 형광등 표현들을 적당한 템포와 타이밍으로 섬세하게 조절하는 것을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다 의도가 있다 생각하니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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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촌 캐릭터의 설정은 어떻게 했나?

▲기본적으로 레퍼런스를 찾는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연극할 때부터 대중교통을 타고 종점까지 가면서 드로잉도 하고 사람들을 관찰해왔다.

이번 '송촌' 역은 웹툰원작의 매력에 과거의 다큐물과 익선동 뒷편을 직접 둘러보며 짚어낸 어르신들의 모습들을 여백에 채워넣었다.

비주얼 측면에서는 하는 행동이 무서운 노인을 생각하며, 다양한 시도와 함께 과한 부분을 덜어낸 채 완성했다.

-경찰이었던 송촌이 살인자로 전환되는 서사, 배우로서의 해석은?

▲물론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큰 교통사고만 한 번 겪어도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지점들이 얼마나 많이 있었을까 생각한다.

가장 큰 전환은 아버지보다 믿는 선배형사가 부정한 짓을 저지르게 되는 걸 알게 되고, 결국 나를 '살인자의 아들'로 무시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전해만 들어도 아픈데 직접 마주했다면 그 감정이 더 컸을 것이다. 결국 그를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난 이후, 죄책감에 있어서 다방에서 우는 장면으로 나왔다.

그와 함께 노빈(김요한 분)이 그러한 마음에 비틀린 사적처벌 의지의 싹을 틔우게 되고, 그를 믿게 되는 형태로 바뀌는 게 아닌가 한다.

그것이 나중에 이탕(최우식 분)과의 만남을 차단하는 노빈을 향한 질시어린 말들로도 나타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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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애착가는 장면?

▲동물병원에서 우리에 갇힌 고양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사실 감독님을 설득해 편집되지 않은 장면이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혼자서 치료를 다하는 등 송촌의 묘한 서사들을 보여주는 신으로 만족한다.

반면 다소 과한 아이디어 측면에서 덜어진 것들은 깨진 거울을 보며 웃는 장면이다. 어쩐지 배트맨 조커를 연상케하는 장면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라도 연기할까 했지만 과한 감이 있어 실제 하지는 않았다.

이탕의 첫 살인이나 마지막 공장신 등 현장에서부터 완성본까지 섬세한 완벽을 추구하는 (이창희)감독님이 무서우면서도 존경할만하다.

-화제의 콜라텍 탈출액션은 어땠나?

▲무용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액션을 짜고 실감나게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해당 장면은 촬영 2개월 전부터 구상한 것이다.

싸우기 시작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노인이면 멋지겠다는 생각에, 민첩한 것들은 덜어내면서도 사전에 착용한 할아버지 팬티가 보일 정도로 격하게 보여주자 생각했다.

감독님이 자부심있게 말한 유례없는 '공포탄 액션'이라는 설정과 함께, 풀샷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촬영했다. 멍이 들고 자잘한 부상도 있었지만 나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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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손석구 분), 이탕과의 대면신은 송촌 핵심장면이다. 관련 장면호흡은 어땠나?

▲우선 난감과의 장면은 배우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시는 감독님의 성향에 따라 (손)석구가 미리 써온 대사들을 보고(웃음) 송촌의 복합적인 심정들을 떠올리며 완성한 대사들과 함께 만들었다.

'이러면 안되지'라며 식물인간 된 사람을 잡고 뺨을 때리는 서사와 함께 '나는 이러고 살고 있는데, 너같은 형사 아들이 또 형사가 돼'라는 대사는 어렸을 때 예뻐하는 애지만, 살인자 아들과 형사 아들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복합적인 심정을 잘 담아낸다.

콜라텍 대면신은 늘 유쾌하고 즐거운 (최)우식과 함께 자연스레 호흡했다. 송촌으로서 고대하던 이탕을 만나는 순간, 자존심어린 질투와 선망의 감정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했다. 거기서 사과를 대접하는 것은 일부 애드리브를 더한 애드리브로, 김밥은 실제 애드리브로 추가했다.

-송촌의 첫 등장 격인 하상민(노재원 분) 처단 장면, 당시 소회는?

▲서울독립영화제 독백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과 수상자로 만났던 노재원과의 만남은 정말 신선했다. 당시 인사치레 격으로 “우리 현장에서 만나요”라고 말했는데, 6개월만에 진짜 만났다.

실제 구타나 살인 장면들이 다 생략됨에도 불구하고, 몰입을 위해 접근하는 태도가 정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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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의 살인과 사적처벌 주제는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실감하기에 법의 망을 피해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기에 다양한 드라마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좀 더 사회적인 안전망이 촘촘해져야 할 것이다.

-올해만 해도 '황야'에 이어 '살인자ㅇ난감'까지 여러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작품 속 연기변신 비결은?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지난 3년간 7~8편정도 촬영했던 것이 연달아 나오면서 그렇게 봐주신 것 같다. 앞으로도 '핸섬가이즈'나 '지배종' 등 나올 것들이 있다.

늘 장면마다 아쉬움을 갖고서 예민하게 욕심을 내면서 촬영해왔다.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자료들을 스스로 기록하면서 몰입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를 조금 벗어나 배역에 공감하는데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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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캐릭터 연기에 따른 인간 이희준의 멘탈 관리법이 있나?

▲보통 연기하면 역할에 잘 젖어드는 편이다. 스스로는 잘 몰랐었는데 눈이 변한다고 하더라. 이번에도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 제 눈빛을 봤는데, 제가 아는 제 눈빛이 아님을 보고 놀랐다.

그정도로 많이 몰입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할 때부터 조금씩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지금은 많이 극복한 상태기도 하고, 심정적으로 욕심들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명상도 많이 하고 내적인 다독임을 많이 하고 있다.

-'살인자ㅇ난감'과 송촌이 이희준에게 어떻게 남을까?

▲상투적인 말 같지만, 정말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배역이 없다.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님이 '마약왕' 때 송강호 선배와 대사하는 걸 보고 발탁했다 한 것처럼, 이번 송촌 역시 의외의 제안으로서 당황하면서도 좋았다.

한 번도 65세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를 할 수 있게 된 흥분감이 크다. 분명 반대가 많았을텐데 확신을 갖고 선택해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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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행보?

▲올해 다양한 작품들로 찾아뵙게 될 것 같다. 또한 오는 3월말쯤 진선규·오의식·김희정 등 배우지인들과 함께 가족 난동 수다극 격인 단편영화 '직사각형, 삼각형'을 연출할 예정이다.

또 현재 촬영중인 넷플릭스 '악연'과 함께, 3월 중순쯤 극단 간다의 공연으로도 찾아뵐 것 같다. 다양한 모습의 저를 많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