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8세대 투자 언제 어떻게 할까…“올해가 마지노선”

LG디스플레이가 연내 8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는 올해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나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중국 BOE도 8세대(8.6세대) 투자를 확정해 LG의 선택이 주목된다. 애플 등 전략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데드라인이 오래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20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8세대 OLED 투자를 확정하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달 말 가진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올해는 '재무안정성 확보' 기조 아래 필수 경상 투자와 고객 협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설비투자(CAPEX)에 2조원대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조원은 2023년 설비투자금 대비 1조6000억원이 줄어든 금액으로, 기존 OLED 라인 확장이나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LG디스플레이가 최근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형·소형·차량용 등 OLED 사업구조 전환을 위한 시설투자 금액으로 7279억원이 배정됐다.

6세대 IT용 OLED 신규투자 1038억원, 모바일용 소형 OLED 확장투자 952억원, 차량용 OLED 투자 1033억원 등이다. 회사는 또 노후설비 개선과 신규 모델 대응 설비 개조에 1136억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2조원에는 8세대 투자금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삼성디스플레이나 11조원을 결정한 BOE와 비교·분석해도 LG디스플레이는 누적된 적자로 인해 8세대 투자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LG디스플레이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투자여력이 부족한데 경쟁사를 따라 8세대 투자를 했다가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게 되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고객사로부터 물량을 확보하는 등 시장성이 담보되기 전에는 쉽게 뛰어들지 못할 것이며, 이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 8세대 투자에 대한 신중론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8세대 언제까지 미룰 수만은 없는 사안이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OLED 후발주자인 중국 BOE까지 8세대 투자에 나서 LG디스플레이를 압박하는 것 외에도 특히 애플이 맥북에 OLED를 탑재하기로 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애플은 2026년 맥북 일부 모델에 OLED를 적용한 뒤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OLED를 확대,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맥북에는 6세대 공정에서 생산한 OLED를 넣고, 2027년에는 8세대 OLED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애플 로드맵에 맞춰 삼성디스플레이와 BOE가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리원장이 커지면 하나의 원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패널 수가 늘어나는 면취효율이 개선돼 패널 가격이 낮아진다. 맥북에 OLED를 공급하려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2027년부터 8세대 생산설비로 생산하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에서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로 밀려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결국은 LG디스플레이도 8세대 투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마련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 연내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기술적으로는 8세대 투자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선익시스템 등과 함께 8세대 공정에 필요한 증착기를 검토했으며 자금만 확보되면 즉각 설비를 구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설비 구축과 양산 안정화까지는 통상 2년이 소요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BOE가 2026년을 양산 시점으로 삼고, 애플이 2027년부터 8세대 OLED를 본격 탑재하기로 했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는 최소 연내에는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 중소형 수요에 대응하면서 최대한 자금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이 성사되면 의사결정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BOE 등 중국 업체와 광저우 LCD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규모는 1조원 이상이다.

8.6세대 IT용 OLED 생산시설 투자 - 내용: 업계 취합
8.6세대 IT용 OLED 생산시설 투자 - 내용: 업계 취합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