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탄소규제가 강화되고 공급망실사가 가시화하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탄소감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탄소측정 역량이 부족하고 심지어 배출량 자체를 모르고 있습니다. 서둘러 탄소문맹을 극복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야만 합니다.”
김준범 유럽환경에너지협회장(프랑스 트루아공대 교수)은 최근 한국을 찾아 “중소기업 탄소감축은 탄소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회장은 2012년부터 프랑스 3대 공과대학 중 하나인 트루아공과대학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현재 프랑스한인과학기술협회(ASCOF) 회장과 유럽환경에너지협회(EEEA) 회장을 겸하고 있다.
김 회장은 “EEEA는 유럽에서 환경·에너지분야 기업·연구소·학교에 종사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유럽과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면서 “협회장으로써 최근 유럽과 한국의 중소기업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과제 발굴과 기술 향상을 위해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프랑스 등에서 개최된 많은 국제행사에서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났다.
김 회장은 “자신이 경영자임에도 중소기업 대표 대다수가 연간 탄소배출량이 어느 수준인지 명확한 답변을 못했다”면서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이해력과 실행력이 부족한 '탄소문맹'을 벗어나지 못하고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한국 중소기업들은 탄소배출 산정 자체가 복잡하고 아직은 탄소중립을 실행하기 위한 자본·인력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했다”면서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기후위기, 유럽규제대응, 탄소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배출량조차도 모른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6일 방한해 다음달 3일 출국을 앞둔 김 회장은 수도권과 지방을 순회하며 다양한 산학연 전문가들을 만나 탄소문맹 극복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우리가 모음과 자음을 배워서 글을 쓸 수 있듯, 탄소문맹 탈출을 위한 시간·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더 효과적인 탄소감축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체계적인 탄소감축평가·관리를 위한 전문가 또한 지속 양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중 시간·비용을 들여 탄소감축 성과를 낸 곳이 있다면, 소량의 탄소 크레딧(할당량)이라도 인증을 받고 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 만들어낸 소량의 조각 탄소크레딧도 민간의 자발적 탄소시장을 통해서 쉽게 등록·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 지원으로 자발적 탄소크레딧 시장 운영 인프라를 구축해 적정 탄소크레딧 유통물량을 공급하고, 탄소경매시장을 신설해 적정 가격관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