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시장의 투자심리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벤처캐피털(VC)의 실적도 크게 갈리고 있다. 대다수 VC 실적이 크게 하락한 가운데 4분기 들어서면서 일부 VC의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투자 침체 속에서도 기업공개(IPO) 등 회수 전략을 다각화하며 반등 기회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20일 전자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VC의 지난해 잠정 실적을 확인한 결과 상장 VC 20개사 가운데 9개사가 전년 대비 15% 이상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컴퍼니케이와 캡스톤파트너스는 지난해 적자 전환했고,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나우IB의 경우 지난해 매출 20~30% 가량 증가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벤처투자 심리 위축으로 투자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지분법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반면 우리기술투자는 지난해 12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 등 금융자산의 평가익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아주IB투자는 순이익이 8배나 늘었다. LB인베스트먼트와 TS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각각 68%, 41% 늘었다. 큐캐피탈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벤처투자업계 안팎에서는 4분기 들어서면서 최악의 침체기는 벗어났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해 실적이 증가한 VC 대부분이 4분기에 들어서야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3분기까지만 해도 40~50% 가량의 누적 손실을 기록하던 VC 다수가 4분기에 들어서면서 감소 폭을 줄였다. 투자기업의 기업공개(IPO) 등으로 회수 성과를 거둔 덕이다. 지난 4분기 신규 IPO 기업 수는 총 44개로 이 기간 총 1조9976억원의 공모자금이 몰렸다.
금융계열 VC도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에 접어든 분위기다. 특히 2022년 10년만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42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신한벤처투자 는 전년 대비 191% 증가한 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KB인베스트먼트 역시 92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1.67% 이익이 늘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된 우리벤처파트너스는 전년에 이어 순익이 70% 가량 감소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상장 VC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VC의 실적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시장 침체와 맞물려 펀드 청산 시점, 포트폴리오 기업의 IPO 시점 등에 따라 지난해 실적은 천차만별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면서 “점차 VC들도 투자를 재개하고 있는 만큼 올해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되는 VC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