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中 직구 플랫폼은 '무법지대'…e커머스 생태계 흔든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근시 안경' 상품 〈사진=알리익스프레스 갈무리〉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근시 안경' 상품 〈사진=알리익스프레스 갈무리〉

C커머스(중국 e커머스)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광고법 위반 논란, 유통 금지 상품 또는 가품 판매 등이 대표적이다. 직구 상품의 중고 '되팔기'도 성행하면서 관세 포탈 문제까지 유발하고 있다. 국내 e커머스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멜라토닌 캡슐제를 판매하고 있다. 멜라토닌은 체내 분비 호르몬으로 불면증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지만 부작용 우려가 있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통관금지품목으로 지정했지만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 도수 안경·콘택트렌즈도 구매할 수 있다. 이쑤시개 발사기, 석궁, 전범을 상징하는 욱일기 상품도 흔히 찾을 수 있다. 리얼돌 등 각종 성인용품도 제대로 된 성인인증 절차 없이 쉽게 구매 가능하다. 모두 불법 판매 행위에 해당한다.

광고법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광고성 문자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 푸시, 이메일 등을 광고 표기 없이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발송했다. 현행법 상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자 매체를 통해 전송할 경우 광고 표기 의무가 주어진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알리 되팔기'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초저가 프로모션이 적용된 직구 상품을 구매해 3~4배 이상 가격을 올려 판매한다. 중국 직구 가격이 국내 e커머스 판매가보다 저렴한 점을 악용한 방식이다. 관세법 상 가격이 150달러(미국 200달러) 이하인 직구 상품은 자가 사용 목적 외에 구매할 수 없다. 관세를 면제 받은 상품을 거래할 경우 밀수입 또는 관세포탈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중국 직구 수요가 급증하면서 되팔기 게시글을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 관세당국 모니터링 역량에 한계가 있다보니 중고 플랫폼의 자발적인 정화 노력에 기대는 상황이다. 개별 상품 별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이또한 한계가 있다. 중국 직구 제품은 KC인증 등 안전 인증도 받지 않는다. 화재·감전·유해성물질 등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없는 셈이다.

이같은 모습이 국내 온라인 유통 생태계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토종 e커머스 기업들은 다양한 현행법에 맞춰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자정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내 셀러들은 해외 상품을 사입해 판매하더라도 최대 수백만원에 이르는 안전 인증 절차를 전부 거친다.

업계에서는 C커머스 부작용을 해소하고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직구 사용자 수와 판매량을 고려했을 때 C커머스 업체도 국내 e커머스 업계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 받을 필요가 있다”며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경우 국내 e커머스 생태계는 물론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