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과독점을 막기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제정하겠다고 하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많은 여론과 최근 다양한 사회구성원으로부터 비판에 직면하면서 전문가와 산업계의 의견을 듣고 다시 방향을 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의 추진 과정상 숙고와 합의가 없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 제정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일단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부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여전히 관련 입법 의지가 있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여주인공은 돈 많은 청년과의 결혼을 꿈꾸는 다른 자매들과 달리 자신과 가치관이 맞지 않아 존경할 수 없다면서 부유한 청년과의 결혼을 거부한다. 결국 두 주인공은 이러저러한 건강한 갈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이성적으로도 서로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 사이에 서로를 가로막고 있던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고 서로가 소통하여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 때문에 소설 제목이 그러한가 싶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제부터인가 당연한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당연한 것인가 아니면 편견에서 비롯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분명 공정위의 규제 당위성 주장은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건강한 갈등, 즉 연구와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흡사 나는 정부와 국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무조건적인 규제론을 보면서, 위에 언급한 소설의 사회 배경 속에서 딸들은 모두 부유한 청년들과 결혼해야 한다는 소설 속 어머니의 확고한 대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은 그런 어머니의 강압적 소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녀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나아간 것이다. 남주인공 역시 보통 여자들은 이러할 것이다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여성과의 진정한 사랑을 좀 더 이해하게 되는 장면들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현대사회는 누가 어떻다 또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감히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그 복잡함은 많은 변화들과 함께 매일매일 더해가고 있다. 디지털경제 또는 플랫폼경제 영역 역시 예상한 대로 흘러가기 쉽지 않다. 특히 규제영역에서는 명분, 그것도 편견이 밑받침된 생각에서 비롯된 경우엔 그 명분으로 크게 손해 보는 일을 많이 목격하고 있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vard Business School)의 논문집에 게재된 중국의 플랫폼 규제 정책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중국의 플랫폼 산업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플랫폼 반독점지침 시행 이전 1년 동안 6대 플랫폼 기업의 대기업벤처투자(CVC) 투자는 월평균 20.84% 증가했으나, 심사지침 시행 이후에는 월평균 1.14%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간 투자 건수는 26.73%, 새로 진입하는 스타트업 수는 18.72% 감소해 당시 규제를 적용받은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었고, 스타트업들은 해당 규제를 피하기 위해 타 산업 진출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중국 정부의 플랫폼 반독점지침은 플랫폼들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매출, 투자 건수 그리고 신규 스타트업 진입률이 현격히 감소하는 등 오히려 중국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끼쳤다. 미국은 또 대한민국에 통상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플랫폼 규제법이 불러올 통상 마찰의 우려 사항을 제기하고 있다. 잘못된 국내 규제로 통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나라의 통상 정책 역량을 떨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미국 정책과의 부합도도 높여나가야 하지만 중국과 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해 가야한다. 중국 역시 우리나라와 공급망뿐만 아니라 기존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높다고 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안보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모든 부분이 통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고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정부의 일방적이고 억지스러운 플랫폼 규제 주장이 반도체나 자동차 무역 등 타산업에까지 불똥이 튀어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추진 위험성에 대해서는 분야를 불문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수도 없이 많은 경고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많은 우려의 기사와 논고들이 나온 상황에서 방향 재검토를 결정한 공정위는 적어도 오만하다는 오해를 이제는 받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 우리가 가장 최선의 결과를 함께 만들기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위에 소개한 '오만과 편견' 소설에서처럼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가 이해하는 과정을 차분히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우리 사회는 오만과 편견으로 인한 불행한 결말들을 피하고, 정부와 민간을 포함한 사회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함께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shpark@kinternet.org
〈필자〉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민대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한 후 네이버에서 대외협력실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컴투스, 게임빌 법무총괄 이사로 지냈다. 2018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규제심사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지식정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후 규제 완화, 글로벌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 억제, 인터넷 플랫폼 활성화 도모 등 국내 인터넷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