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숙원이던 복수의결권 주식이 제도 시행 96일 만에 발행 1호 기업이 탄생했다.
물류 스타트업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은 박진수 대표에게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2019년 설립한 콜로세움은 주문수집, 보관, 포장, 배송, 반품 등 이커머스에 필요한 물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기업이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주식이다.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2017년 벤처기업협회를 중심으로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복수의결권 주식제도를 처음 건의했고, 지난해 4월 말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7년 만에 복수의결권 발행의 길이 열렸다.
현행법상 복수의결권을 발행하려면 비상장 벤처기업이면서 누적 투자 유치금과 마지막 투자 유치금이 각각 100억원,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마지막 투자 유치로 인해 창업주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하락하면 발행 요건을 충족한다. 콜로세움은 지난해 10월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면서 박 대표 지분율이 28%로 낮아졌다.
한 달 후 복수의결권 제도가 도입되면서 박 대표는 주식 발행을 추진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총수의 4분의 3 동의를 얻어야 한다. 투자자들은 창업자에 대한 신뢰와 복수의결권 1호 기업 상징성을 감안해 만장일치로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콜로세움 본사를 방문해 박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과 간담회를 가졌다. 오 장관과 임직원은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활용 계기와 발행 과정,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중기부는 복수의결권 제도 안착을 위해 실무설명회, 기업 컨설팅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우수사례집 발간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벤처기업협회가 벤처기업 29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70.8%가 향후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오 장관은 “현장에 직접 와 보니 벤처기업이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도입을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알게 됐다”면서 “우리 벤처 생태계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도록 복수의결권 제도 현장 안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