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져만 가는 신약 개발 절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합니다.”
최수진 한국공학대 특임교수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신약개발에 IT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임상 빅데이터, 기존 약을 뛰어넘는 획기성, 규제 강화 등 신약개발 과정에 새로 생겨나는 다양한 과제들이 AI를 비롯한 IT 접목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기존 신약개발은 철저히 사람에게 의존해 왔는데, 약물에 대한 정보가 방대해지면서 사람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신약 개발과정에서 규제가 강화되고, 약 효능도 기존 대비 획기적으로 뛰어나야 하는데 모든 것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과제 속에서 글로벌 빅파마뿐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등 대표 제약사는 외부 솔루션 업체와 협업해 AI 신약개발을 시도 중이고, 대웅제약은 최근 자체 플랫폼까지 개발했다.
최 교수는 30년 가까이 제약업계와 정부기관 등에 근무하며 신약 개발, 바이오 기술 개발 전략, 투자 등을 지원해 왔다. 특히 대웅제약 연구소장 재직시절 국내 최초로 코엔자임 Q10을 개발하는 등 제약 사업을 이끌었다. 지난해 말에는 국민의힘 2차 영입 인재 과학·바이오 부문에 포함됐다.
그는 실제 신약 개발은 물론 정책, 투자 등 산업 밸류체인을 모두 경험한 결과, 우리나라가 신약개발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은 'AI'라고 봤다. 축적된 임상 경험과 방대한 데이터, IT 역량 등을 종합할 때 AI를 활용할 경우 혁신 신약 개발역량 확보는 물론 글로벌 빅파마와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 교수는 “유럽 등 글로벌 빅파마는 100년 이상 신약개발을 주도하며 고급 인력과 노하우, 데이터,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갖췄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신약개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열세”라며 “최근 IT 발달로 신약 개발 과정도 상당수 데이터화가 이뤄지면서 AI를 활용한 후보물질 발굴, 의약품 리포지셔닝, 임상 시뮬레이션 등을 구현해 신약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AI 신약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보다는 인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봤다. 엔지니어링 역량도 필요하지만 임상 경험과 바이오로직에 대한 경험도 중요한 만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요구된다.
최 교수는 “대학에서 IT와 바이오를 융합한 교육 과정이 많이 나와야 한다”면서 “특히 의대생도 임상 수업 외에 AI 등 IT를 접목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 바이오 기업이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AI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데이터로 가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반적인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투자하기 위해선 제약, 바이오 업계도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선임해 체계적인 전략 수립을 동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