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가 정체된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할인 경쟁이 다시 과열되고 있다. 최저 판매 가격이 5500만원을 넘어 보조금을 일부만 지급받거나 아예 지급 대상이 아닌 수입 전기차를 중심으로 재고 처분을 위해 최대 30%에 이르는 대규모 할인전에 돌입했다.
21일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와 수입차 딜러사 등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출고가 7660만원인 EQB 300 4매틱을 지역에 따라 최대 29% 할인한 540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BMW는 iX3(출고가 8260만원)를 17% 할인해 6800만원대, 아우디는 Q4 e-트론(6170만원)을 9% 할인해 5600만원대에 판매한다. 이들 모델은 출고가 5500만원 이상으로, 보조금 일부가 포함된 가격이다.
1억원을 호가해 아예 보조금이 없는 고가 전기차는 할인 폭이 더 크다. 벤츠의 플래그십 전기차 EQS(1억6390만~2억1600만원)는 트림별 16~21%를 할인해준다. EQS 할인 금액은 2700만~4000만원에 달한다. 기본 출고가가 9000만원을 넘는 벤츠 EQE 역시 트림별 10~26.5% 할인율을 적용해 900만~3800만원을 할인 판매한다.
BMW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 전기차 i7은 트림별 12~14%를 할인율을 적용한다. i7 출고가는 1억6690만~2억3180만원 수준으로 할인율을 반영하면 최소 2100만원에서 최대 2750만원을 깍아준다. 최신 전기차에 속하는 BMW i5(9390만~1억3890만원)는 14~18%인 1400만~195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아우디는 e-트론 S(1억3660만~1억4122만원)를 22~23%의 할인율을 반영해 3000만~3300만원의 파격 할인 조건을 제시한다. 각 업체들이 할인율을 키우는 것은 보조금에서 제외된 고가 전기차들의 수요 침체가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5500만원 이상 수입 전기차의 모델별 판매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BMW i5가 190대로 전달 대비 63% 줄었고, 벤츠 EQE는 153대로 70% 감소했다. 나머지 모델의 판매량은 모두 100대에도 못 미친다.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고금리 기조로 상대적으로 충전 등이 불편한 고가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당분간 판매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을 모두 받는 전기차도 판매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현대차·기아와 KG모빌리티, 테슬라, 폴스타, 폭스바겐 등 중저가 국산·수입 전기차들은 200만~400만원까지 연달아 판매 가격을 내리고 있다. 올해 보조금 최저 기준에 충족하거나, 줄어든 보조금만큼 소비자 실구매가 부담을 전년 수준으로 맞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