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R&D 투자 방향 단순 지원 규모만 늘려선 안돼…실효성 확보해야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5년 국가연구개발 투자 방향 및 기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조현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예산총괄과장이 내년 투자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5년 국가연구개발 투자 방향 및 기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조현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예산총괄과장이 내년 투자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여파 속에서 내년도 R&D 투자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올해 추진되고 있는 분야별 R&D 정책의 지속 추진 및 확대를 시사했으나, 연구계는 단순한 지원 규모만을 늘리는 투자 방향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1일 2025년도 국가 R&D 투자 방향 및 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내년도 R&D 투자 방향 수립에 앞서 산업계, 연구계, 학계 등 연구자 및 국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는 기존의 차년도 R&D 투자 방향 마련 토론회와 달리 구체적인 투자 방향 제시 대신 거시적 관점의 4개 의제를 제시했다. 제시된 의제는 △사람을 키우는 R&D △세계의 중심이 되는 R&D △신성장을 이끄는 R&D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R&D 등으로 토론회 1부에서는 이와 관련한 거시적 투자 방향 총괄발표가, 2부 순서에서는 의제별 심층 토론으로 진행됐다.

심층 토론에서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인재정책센터 센터장은 현재의 과학기술 인재 양성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홍 센터장은 “현재 인재 양성 체계의 규모만을 늘렸을 때 앞으로 우수한 인재가 자연스럽게 배출되는지는 의문”이라며 “현재처럼 개인에게 프로젝트 개념의 R&D를 맡기고 이 과정에서 우수 인재 성장을 유도하는 시스템은 한계가 있는 만큼 실질적인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연구자훈련 시스템 체계화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성된 인재와 산업계 필요 인력 간 격차 해소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 단장은 “해외 선도기업의 R&D 과정을 보면 분야별 특화 전문가 20~30%와 공통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인력 50~60%가 활약한다”며 “현재의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공통 R&D형 인재 양성에도 투자가 이뤄진다면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R&D 역량 강화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폐쇄적 입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황윤일 CJ제일제당 R&D 대외협력 총괄은 “그동안 글로벌 R&D 협력 과정에서 오픈리스(개방성)가 떨어지는 탓에 글로벌 리딩 그룹은 우리의 보유 강점을 알지 못한 채 폐쇄적으로 인식한다”며 “겉으로는 협력이라 하지만 사실상 해외 기술만을 요구하는 식의 협력보다는 기술 리딩 그룹 안에 깊이 들어가기 위해 과감히 보유 기술 꺼내고 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R&D 활성화를 위한 거점센터 확대 필요성도 강조됐다.

김태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박사는 “현재 과기정통부에서 운영 중인 정부출연연구기관 산하 총 12개의 글로벌 R&D 거점센터를 보면 협력 수요 발굴, 공동연구 추진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근무 인력은 1~2명 수준”이라며 “글로벌 R&D 활성화를 위해선 글로벌 R&D 거점센터가 다양한 기능과 역할에 부합할 수 있도록 인력, 재원, 운영방식 등에 대한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내년도 투자 방향을 구체화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내달 15일까지 이를 관계부처에 통보할 계획이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