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결' 송하윤, '슬럼프 깬 악녀 新정석, 팔색조 새 발걸음'(인터뷰)[종합]

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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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마치고 나서 일시적인 권태가 사실 뭔가 신경쓰지 않고 연기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비롯됐음을 느끼게 됐다” 배우 송하윤이 '내 남편과 결혼해줘' 정수민을 떠나보내는 소회를 이같이 표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킹콩 by 스타쉽 사옥에서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속 빌런 여주인공으로 맹활약한 송하윤과 만났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살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돌려주는 이야기다. 송하윤은 극 중 강지원의 절친이면서 박민환과 불륜을 저지르는 정수민을 연기했다.

사진=tv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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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부터 절친 강지원을 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모든 것들이 돌아오도록 하는 '가스라이팅' 귀재로서의 정수민을 맛깔나게 연기했다. 특히 러블리함 속 날카로운 질투심과 집착을 지닌 초반부부터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는 중반부 지점의 긴장감, 후반부의 '막장'급 빌런연기까지 새로운 원작의 탄생으로 볼 법한 송하윤 표 정수민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큰 화제가 됐다.

또 러블리함부터 날카로운 블랙톤까지 이어지는 매력적인 스타일링과 함께 소위 '그라데이션 분노'라 할 법한 자연스러운 표정 전환이나 딱 부러지는 빌런대사 등을 더한 과감한 불륜녀 연기는 얄미움을 넘어 경악을 느끼게 하는 서사전개와 함께 송하윤의 연기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열었다.

-반응들을 다 챙겨봤나?

▲직접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지인들의 연락이 꽉 채워져서 드라마를 정말 많이 보는구나 싶었다. 주변이나 팬들이 제가 잘돼서 기쁘다라고 함께 즐거워해주신다.

내딸금사월, 쌈마이웨이 등에 이어, 이번에도 제 연기를 잘 봐주신다는 말도 주변에서 해주신다.

재밌는 것은 저와 제일 친한 친구가 촬영 직후 함께 식사하러 왔는데, 반가움에 인사를 건네니 “진심이냐”라고 정색하며 묻더라. 제가 아니라 시청자분들께 후유증이 된 게 아닐까 싶다(웃음).

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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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 선택의 배경은?

▲개인적으로 연기 권태기를 느끼면서 다른 도전들을 원하던 시기였다. 악역을 해보고 싶었던 상황에서 '내남결' 정수민 대본이 왔고 놓치면 안되겠다 싶었다.

물론 캐릭터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다양한 감정들을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도 없는 수민을 송하윤이 지키면서 열심히 살아줘야겠다 생각했다.

-송하윤이 해석한 '정수민'?

▲너무 복합적인 캐릭터라,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의가 내려지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의 자유와 행복을 택하지 못하고, 비극을 맞이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은근히 마음에 걸려있다.

-원작은 살펴봤나?

▲처음에는 안봤는데, 몰입이 잘 안돼서 웹툰을 살펴봤다. 원작에 담긴 말투나 스타일링 등의 단순한 접근과 함께, 입체적인 심리감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다.

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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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의 캐릭터몰입은?

▲수민 캐릭터는 사람들과 물과 기름같은 느낌이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너무 가까이 친분을 다지면 안될 것 같았다. 물론 대본호흡 할 때나 현장 주변에서는 송하윤으로서의 모습으로서 함께했다.

출연한 배우 모두가 그렇게 몰입했던 것 같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서로의 마음은 통했다. (박)민영씨와의 첫 촬영 당시 아무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하자마자 눈물이 뚝 흘렀다. 오랜 시간 버티고 열심히 한 것들을 서로가 공감한 듯 느껴졌다.

-캐릭터와 함께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다고 들었다.

▲제일 초반에 그랬다. 개인성향과도 너무 안맞아서 대본조차 넘기기 어렵고, 외워서 해야할 정도였다. 특히 1부 암병동 신과 함께, 집안에서 지원이 죽는 장면을 찍을 때는 정신적 충격이 엄청났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직접 상황을 목격하니 알레르기가 날 정도였다. 1부부터 이렇게 허우적대면 안될 것을 알기에, 감성적인 접근을 해왔던 기존과 달리 철저히 이성적으로 캐릭터에 접근하고자 했다.

수민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나 정신과 의사분들과 만나 심리적인 공부를 했다. 그렇게 접근하면서 송하윤으로서의 건강은 지켰다.

사진=tv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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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그라데이션 분노'라 할만큼의 자연스러운 표정변화가 돋보인다. 의도성이 있는 건가?

▲현장에서의 느낌과 충격, 제가 가해야 하는 충격으로 자연스럽게 나온 게 아닐까 한다. 그를 계산해서 할만한 기술은 제게 없다(웃음)

지금 돌이켜보면 그러한 표정들은 송하윤으로서의 불행들을 정수민의 행복으로 끌어다 쓴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를 통해 좋게 잘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다.

-극 초반부 불안감을 표현하는 손톱 물어뜯기, 후반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감정선에 따른 동작이나 스타일링 변화는?

▲각 시점마다의 감정선에 맞게 표현들이 다르다. 쭉 비슷한 톤의 원작과는 달리 좀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또한 오른쪽 얼굴이 좀 날카로운 편이라, 가르마 등의 헤어를 더해 강조하고자 했다.

초반에는 나이에 맞지 않은(웃음) 가벼운 컬러감과 말투, 스타일링에 접근했다. 워크숍을 기점으로 결혼 직전까지는 하늘색, 네이비 톤의 중간적인 지점을, 이후에는 블랙톤의 기본적인 스타일링을 취했다.

그와 함께 손톱을 물어뜯는 모습처럼 겉으로 표현되는 것에서 눈빛과 느낌으로 표현을 옮겨갔다. 그것까지 더하면 현실적이지 않을 것 같았다.

사진=킹콩 by 스타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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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고 싶었던 악역, 소회는?

▲이번 작품만큼은 이성적으로 스스로를 완벽하게 괴롭히면서, 여타의 감정들을 잘 느끼지 못했다. 1년 가까이 품고 있었던 수민을 조금씩 보내면서, 송하윤으로서의 감정을 되찾고 있다.

악역을 마치고 나서 일시적인 권태가 사실 뭔가 신경쓰지 않고 연기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비롯됐음을 느끼게 됐다. 물론 악역 인상이 각인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 모습으로 지워드리고자 한다(웃음).

-이상형과 결혼관?

▲따로 없다. 제가 좋아한다면 그게 이상형이다. 그러한 사람이 생기면 결혼도 할 듯 하다(웃음).

-내남결과 수민은 송하윤에게 어떻게 남을까?

▲그저 38세의 기억이다. 열심히 캐릭터의 모습으로 살아내는 것이 연기자로서의 예의라 생각한다. 그를 잘 봐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또한 그러한 모습으로 과거의 작품들이 회자되는 것도, 연기를 더 할 수 있는 것도 너무 좋다. 제가 좋아하는 연기, 그 자체가 너무 좋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