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식료품(그로서리)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온라인 유통에 맞서 오프라인 유통 강점으로 꼽히는 그로서리 비중을 키우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그로서리 상품이 유통되는 전 과정을 정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일팀에 신설한 '전문 검품단'이다. 바이어들이 직접 생산지를 돌며 재배 상황과 작물 상태, 과일 품질 등을 수시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산지의 관리 수준을 높여 품질과 가격을 상시 방어하기 위함이다.
고객 중심 상품 개발·운영을 위해 'e-트렌드' 시스템도 열었다. 고객들이 남기는 상품평을 종합해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하루 평균 3만개, 월 평균 80만개에 이르는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리뷰 키워드와 부정 리뷰 증감 추이를 보여준다. 부정 리뷰가 급증할 경우 담당 바이어에게 긴급 알람을 보낸다.
롯데마트는 롯데슈퍼와 함께 당일 새벽에 수확해 오후에 판매하는 '새벽 딸기' 상품을 선보였다. 논산·담양 등 주요 산지에서 새벽 3시 수확을 시작해 오전 선별·포장을 완료하고 당일 오후 2시 이후 매장에서 판매하는 초신선 상품이다. 수확 다음날 판매하는 일반 딸기와 비교해 유통에 소요되는 시간을 반나절 줄여 신선도를 더욱 높였다.
지난해 말 롯데마트가 선보인 그로서리 전문 매장 '그랑그로서리' 은평점도 순항 중이다. 업계 최초로 전체 상품에서 그로서리 비중을 90%까지 늘린 매장이다. 리뉴얼 이후 지난 7일까지 방문 고객 수는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으며 매출은 약 10% 늘었다. 롯데마트는 그랑그로서리를 차세대 핵심 점포로 삼고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또한 올해 그로서리에 방점을 둔 '메가푸드마켓' 리뉴얼을 확대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한 24개점은 오픈 1년차에 평균 20% 이상 매출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리뉴얼 이후 식품 카테고리 비중이 빠르게 성장해 지난해 말 기준 마트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온라인 유통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온라인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대형마트의 공산품 매출 비중은 줄었지만 신선도·품질이 우선시 되는 그로서리 경쟁력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강점인 그로서리 경쟁력을 극대화해 고객의 발길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있는 건 단점이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어 품질 기준이 엄격해지는 것은 상품 경쟁력에 장점이 된다”며“지금까지 지켜온 '집요함'이 한 끗 차이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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