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뉴스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로봇을 본 적이 있다. 박자는 누구보다 정확하지만, 단원과의 교감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었다. 지휘자는 단지 박자와 빠르기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통합, 음악적 해석, 연주자 간의 조화를 이끌며, 공연의 전반적인 방향과 품질을 관리한다.
학습 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교실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다양한 활동(예: 개인 학습, 협업, 강의)과 여러 조건(예: 컴퓨터 기반 학습, 대면 및 온라인 활동) 속에서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교사는 학습 환경의 '지휘자'로서, 교실 내적, 외적인 요소를 조율하고, 다양한 학습 활동과 학생들 사이 상호작용을 통합하며, 학습 목표를 향해 학생들을 이끌어 간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들어오면 교사 역할은 어떻게 변할까? 단순히 스마트 기기만 쥐어주면 학습은 AI가 시키는 것일까? 하이터치 하이테크라는 표현이 강조하듯,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하이테크 수업 환경에서는 인간 교사의 개입(하이터치)이 중요하다. 단순히 스마트기기만 쥐어주고 교사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박자만 맞추는 로봇 지휘자와 다를 바가 없다.
AI 코스웨어를 비롯한 다양한 에듀테크에서는 대시보드는 교사에게 학생들의 학습 진행 상황, 성취도, 참여도 등을 시각적으로 요약하여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 대시보드는 복잡하고, 해석이 필요한 형태로 제공되므로 현장 교사들이 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여기서 인간 중심 디자인과 참여적 설계의 쓸모가 나온다. 인간 중심 디자인이란 사용자 요구와 경험을 우선시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설계 방법론이며, 참여적 설계는 최종 사용자인 교사와 학생들이 학습 분석 도구의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교실 현장의 필요와 맥락을 반영한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는 방법이다.
2023년 7월, AI 디지털교과서 디자인 워크숍에서는 국민 디자인단으로 뽑힌 교사, 학생, 학부모가 그룹을 이루어 디자인씽킹 방식으로 AI 디지털교과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참여 노력이 현장에 필요한 에듀테크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잘 젓는 것이 아니라 잘 듣는 것이다. 교실의 지휘자인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AI 디지털교과서라는 도구를 잘 쥐어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잘 포착하고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에듀테크의 커다란 목표 중 하나인 '개인화'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태상 에듀테크스쿨 대표·송북초 교사 sendmethere@naver.com
◆엄태상 에듀테크스쿨 대표·송북초 교사=현 전주송북초 교사로서 에듀테크 실증연구 교사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