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란 단어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슈퍼컴퓨터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보다 계산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컴퓨터를 말한다.
슈퍼컴퓨터는 과학기술의 지속적 발전과 산업 경쟁력,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특히 산업.사회 구조의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오는 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함께 국가 전략자산으로서 핵심 역할을 하며, 기존에 불가능했던 거대.첨단연구가 가능해짐으로써 혁신적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센터로 지정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을 중심으로 국가 슈퍼컴퓨팅 서비스를 통해 과학기술(은하의 분포, 생성, 특성에 미치는 영향 규명), 산업(소재산업 국산화) 및 공공부문(재해.재난 대응 솔루션) 전반에서 우수한 성과를 창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전기료 절감을 위한 슈퍼컴퓨팅 서비스 중단이라는 오보가 나온 바 있으나, 국가 연구개발(R&D) 기반시설인 슈퍼컴퓨터의 안정적인 운영은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뿐만 아니라 KISTI의 임무에 있어서도 최우선 과제다.
실제로 KISTI에서 1988년 슈퍼컴퓨터 1호기 도입 이후 현재 운영 중인 5호기(누리온) 시스템까지 서비스는 중단된 바 없다.
슈퍼컴퓨터를 구성하는 중요시스템을 이중화하고, 중요 데이터는 백업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사이버안전센터를 운영하며 실시간 보안관제로 해킹위험에도 대비하고 있다.
또 무정전 전원공급장치 등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도 슈퍼컴퓨터가 중단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알파고, 알파폴드, 챗GPT로 대표되는 AI의 급격한 발전은 슈퍼컴퓨팅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하던 많은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AI를 함께 활용하기 시작했고, AI 학습을 위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 요구가 폭증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시뮬레이션은 물론이고 AI 연구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1초에 100경번 연산이 가능한 꿈의 컴퓨터인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는 2022년 미국의 오크릿지 국립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구축해 서비스를 시작했고 중국, 일본, 유럽도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춰 누리온 성능의 약 23배인 600PF급(0.6엑사, 세계 10위권)의 차세대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를 국가센터인 KISTI에 구축하기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챗GPT, AI 열풍 등에 따른 전 세계적 GPU 수요급증, 공급 부족과 시장가격 상승으로 6호기 구축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기획재정부와 증액을 협의하고 있다.
KISTI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세계 10위 수준의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연구.산업 현장의 거대계산, 초거대 AI모델 개발, 데이터분석 및 AI 연구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제3차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2023. 5)을 수립했으며, 국가센터인 KISTI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팅 역량과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 사례로 2022년 초고성능컴퓨팅 전문센터(7개)를 지정해 분야별로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지원을 고도화하고, 각 전문센터의 자원을 서로 연동해 국가적 차원의 공동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서비스 생태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발맞춰 KISTI는 국내 연구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글로벌 최고 수준 과학기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운영과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김재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jaesoo@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