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탄소배출권 가격 지속 하락, 50유로 목전에 “탄소 ETF 설정가 이하로 '뚝'”

글로벌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톤 당 100유로를 넘었던 EU 탄소배출권(ETS) 가격이 50유로선까지 하락하며 반토막이 났다. 탄소배출권 선물을 편입한 투자상품도 최초 설정가격보다도 낮아지며 최저가를 이어가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와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가운데 연초 대비 가장 큰 폭으로 하락세다. 각각 연초 대비 33.64%, 32.58% 하락했다. 두 ETF 모두 글로벌 탄소배출권의 약 90%를 차지하는 유럽 탄소배출권선물에 투자한다. 반대로 탄소배출권 하락에 투자하는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인버스'는 연초 대비 46.57% 상승하며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탄소배출권 ETF가 기초자산으로 삼은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급락하면서 투자상품에도 손실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22일(현지시간) 기준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은 톤 당 52.79유로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2월 100.34유로를 찍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다. 50유로선 아래까지 가격이 지속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이후부터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은 50유로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탄소배출권 관련 ETF는 모두 배출권 가격 상승기인 2021년 9월 최초 상장됐다. 상장 당시 유럽 배출권 거래가격은 60유로 안팎이다. 지속적인 배출권 가격 하락으로 관련 투자 상품 역시 설정 이후 최저가를 계속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배출권 시장 뿐만 아니다. 유럽 뿐만 아니라 영국, 북미 지역 등의 탄소배출권에 분산투자하는 ETF 역시 지속 하락세다.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과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 역시 각각 연초 대비 20.57%, 20.46% 하락하며 하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속적 하락을 보이고 있는 주된 이유는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인해 석탄 수요가 크게 둔화되고 있어서다. 유로존 경기침체로 인한 산업 생산 부진 역시 배출권 거래 시장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국내 배출권 시장 조성 역시 최근의 불투명한 흐름으로 인해 고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적정 가격 파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국내 2024년 할당 배출권은 8610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5년 처음 제도를 도입했던 수준의 가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EU 배출권 가격의 심리적 저항선인 50유로(약 7만2000원)와도 약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이 2026년으로 예고된 만큼 국내 역시 배출권 시장의 연계가 시급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시장이 조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배출권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시장도 글로벌 시장과 동조화될 수 있도록 시장 조성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ㅇ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