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황당함을 금치 못한다'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23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간신히 유지되던 현 의료 시스템을 일순간 망가뜨리는 포퓰리즘 정책을 강행한 것은 정부”라면서 “정부의 무리한 정책 강행으로 전공의들이 희망을 잃고 병원을 사직하면서 의업을 포기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보건의료 재난경보 위기 단계를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이날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시간과 지역 상관없이 의원급의 1차의료기관을 넘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졌다.
주 위원장은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중증 및 응급환자를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수련병원들”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중증 및 응급 질환에는 적용조차 불가능한 비대면 진료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 및 응급 환자들을 비대면으로 진료해 줄 의사는 당연히 없을 것이지만, 이 조치는 그동안 1,2차 의료기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 받으며 정기적으로 대면 진료 후 처방을 받는 만성질환자들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게 만들어, 만성질환자들을 더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진료를 거부한 적이 없고, 그냥 사직서를 내고 직장을 그만둔 것”이라며 “진료 거부는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가 진료를 할 수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용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기관에서 종사하지도 않는 의사가 어떻게 진료 거부를 할 수 있느냐”며 “의료인은 의료법에 의해 의료 기관 이외의 장소에서는 의료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박민수 차관은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불법을 교사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제 시간이 없다. 아무리 정부가 강하게 압박해도 더 많은 의사가 자신의 업을 포기하고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면서 “정부는 진실을 호도하지 마시고, 재난 상황을 스스로 만든 책임을 지고 억압이 아닌 대화를 시작하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강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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