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국방 ICT 융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벌써 2년이 넘었다. 상용 저궤도위성을 활용한 지휘 통제, 값싼 드론을 이용해 상대 핵심 전력을 무력화하는 등 국가의 모든 상용·군 정보통신자원을 통합적으로 활용,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휴전상태인 우리나라 현황에서 보면 앞으로 어떤 전력을 구축해야 하는가? 최하 제대에서부터 최고 지휘부까지 24시간 지휘 통제가 가능한 통신망은 가용한 것인가? 적보다 신속한 지휘 결심을 이루기 위해 어떤 솔루션이 필요한가? 평시 실전과 같은 훈련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이런 의문이 주는 시사점에 대한 교훈이 크다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국방, 교통, 농·축·수산, 에너지, 의료, 제조 등 전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입히는 것 즉,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추진 동력인 ICT의 핵심 요소는 초연결·초지능·초실감·초성능 기술이다.
ICT는 기업-사회-국가 시스템 전반의 대전환을 이끄는 융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중 국가 시스템의 가장 중요하고 대표적인 사례가 국방 분야다.
특히, 전쟁 위협이 있는 국가에서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국방 ICT 융합이 최우선 과제다. 따라서, 국방 분야의 다양한 전장 환경에 ICT가 스며들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ICT 융합으로 국방전략 기술혁신
국방부는 지난해 3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 핵심은 북한의 핵·미사일과 같은 비대칭 위협에 대응하고 미래전장 환경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강군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전력 증강을 위한 체계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 기반 첨단전력을 적기에 확보함으로써 AI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는 것이다.
주요 특징으로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을 국방에 접목해 초연결, 초지능, 데이터 융합기술로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지휘통제 체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지난해 4월,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위한 2023~2037 국방과학 기술혁신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미래전장 분석 기반 10대 분야 30개 국방전략 기술도 발표했다.
국가전략 기술과 별도로 국방에서는 국가안보를 유지하고 미래전장을 선도하며 국가 과학기술 융합 관점에서 국방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적 투자 및 육성이 필요한 기술 분야를 선정했다.
AI, 유·무인 복합, 양자, 우주, 에너지, 첨단소재, 사이버·네트워크, 센서·전자기전, 추진(첨단엔진·극초음속 등),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을 포함한다.
필자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10대 분야 중 에너지, 추진, WMD 대응을 제외한 7개 분야 ICT 기술을 일부 보유 및 개발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역할과 책임으로 국방혁신 4.0 성공에 크게 기여 가능할 것이다.
◇국방에 ICT를 입히는 디지털화 추진
ETRI는 올해 초 그동안 확보한 기술과 개발 중인 기술 중 국방에 활용성이 예상되는 기술들을 'ETRI 국방 기술 백서'라는 이름으로 지난해에 이어 발간해 국방부처 및 각 군에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초성능 △초지능 △초연결 △초실감 △디지털 융합 등 5개 기술 분야로 다음과 같이 주요 기술을 소개한다.
먼저, 초성능 분야는 고성능 및 양자컴퓨팅 기술로 복잡·지능화하는 사이버 공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강력한 암호를 몇 분 안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팅 기술과 데이터를 훔치는 것이 불가능한 양자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터 및 AI 처리 속도를 높이는 프로세서도 선도적으로 연구 중이다.
초지능 분야는 자율지능으로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비지도형 자율 복합 AI를 이용한 영상인식 기술은 CCTV에서 보이는 영상을 분석해 사람과 동물, 바람으로 인한 풀, 나무의 흔들림 등을 학습해 적과 자연을 구분한다. 이로써 철책선 경계근무에 활용할 수 있다.
또 AI로 전장 환경을 인식해 적군 동향과 아군 전력을 파악, 전투에 승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아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책을 추천하고 인간 참모의 판단을 지원하는 AI 참모 지원기술도 연구 중이다.
스마트 병영관리플랫폼은 입대 시기부터 교육 및 훈련, 보직(평가·진급)에서 전역 단계까지 인재를 식별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인재 관리가 가능하다. 'AI 기반 스마트 인재 관리플랫폼' 기술은 육군인사사령부에 리빙랩과 실증도 추진했다.
초연결 분야는 육·해·공·우주·사이버 등 5차원 전장 공간이 안전하게 연결돼 자율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연결성 제공을 추진 중이다.
음성 위주 국방 통신 한계를 극복하고 대용량 데이터까지 전달할 수 있는 5G 기반 국방 모바일 신뢰 연동 기술, 하나의 통신수단이 파괴되더라도 다른 통신 경로로 끊김 없이 생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초연결성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정지궤도 위성 대비 실시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은 민군협력으로 개발 및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과거 1980년대, 1990년대에는 군통신 기술이 민간통신에 적용되는 시기였고, 이후 민간통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특히 5G 통신 시대에는 선진국에서도 민간통신을 군통신으로 활용하고 있다. 6G 통신은 지상·위성 통합을 추구하는 민·군 공통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핵심기술로 민간 요구사항인 지상·위성 통합 입체통신과 군 요구사항인 지상-공중-위성·우주 통합 작전이 동시에 가능한 기술이다.
상용과 군용 서비스는 네트워크와 주파수 슬라이스로 분리하고, 또한 군용 서비스에는 암호통신을 적용해 보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을 포함한 6G 통신은 민·군 겸용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초실감 분야는 가상과 현실 경계를 허무는 초실감 메타버스 기술로 시공간을 뛰어넘는 훈련플랫폼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광역 실내·외 공간에서 극사실적 상호작용하는 미래형 혼합현실 훈련시스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실공간 훈련자는 혼합현실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가상공간의 대항군들과 극사실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향후 국방 전투원을 위한 기술로 발전시킬 전망이다. 공간화·지능화·체감화가 적용된 현장감 중심 초실감 메타버스 기술은 전투기 엔진 정비나 정밀 장비 정비, 전투기·탱크 운행과 같이 비용이 많이 드는 훈련까지도 가상으로 수행해 비용 절감 효과를 발휘한다.
아울러, 저고도 드론과 위성으로 찍은 영상을 3차원으로 합성해 고도를 측정하고 파악하는 다고도 이기종 실사 영상 기반 합성 전장구축 및 가시화 기술도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디지털 융합 분야 기술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컬러 유연 박막 태양전지 기술은 군 장비 자체 발전에 활용이 가능하다. 디지털 엑스선 기반 지면 투과탐지 기술은 지뢰나 폭발물을 탐지해 아군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응용할 수 있다.
또 웨어러블 자가발전 전원 기술은 전기 공급이 힘든 곳에서 군수 장비의 전원 충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장 진단 바이오 센서 기술은 사람보다 훨씬 민감한 센서로 화생방전을 미리 탐지해 우리 군 생명 보호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극한 저온과 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질화갈륨(GaN) 기반 화합물 반도체 기술은 국방 레이더 소재 부품으로 활용성이 높아 국방용 반도체로 개발 중이다. 국방 반도체가 상용화되면 일반 이동통신, 위성통신 외에 우주, 방위산업, 산업용 센서 등 특수목적 반도체의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방 ICT 융합으로 국가안보에 기여
최근 전쟁 트렌드는 기술이 매개체가 된 디지털 냉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군사와 민간영역 기술 간격과 경계가 없는 하이브리드형 기술로 국방과 민간기술을 상호 활용하고 융합하는 추세다.
또 전쟁 방어력은 전투 없이 전쟁에 승리하는 최고의 전술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주요한 자산 중 하나는 경쟁력 있는 기술력이다. 특히, AI, 양자, 우주, 에너지, 사이버·네트워크, 첨단소재 등 분야는 국가와 국방에 공통적인 전략 기술로 민군협력을 통해 개발 및 확보해야 하는 중점기술이다.
최근 6G·반도체·우주 등 국가의 경제·산업·안보에 파급력이 높은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 힘으로 획득해야 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효과를 발휘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추진 동력인 초성능, 초지능, 초연결, 초실감 및 디지털 융합기술은 ICT 주요 추진 방향성이며 핵심기술이다.
10대 국방전략 분야 중 7개는 디지털 기술로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분야며, ETRI의 ICT를 국방에 융합함으로써 국방기술력 향상을 통해 국가안보는 더욱 튼튼하게 될 것이다.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scbang@etri.re.kr
〈필자〉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전자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ETRI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해 무선전송연구부장, 미래기술연구본부장, 통신미디어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2022년 말 원장에 취임했다. 그동안 디지털신호처리, 이동통신 등 분야에서 다수의 SCI급 논문을 발표하고 1400건 가까운 국내외 특허 출원, 700건이 넘는 특허 등록 실적을 거뒀다. 2006년에는 국무총리표창, 2014년에는 한국공학상, 2021년에는 해동기술대상을 받았다. 한국통신학회와 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