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렌즈 제작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

메타 렌즈는 빛을 자유롭게 제어하는 나노 인공 구조체로 기존 광학 부품의 크기와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불리는 라이다(LiDAR), 초소형 드론, 혈관 탐색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메타 렌즈를 손톱 크기로 제작하는 데도 수천만원이 필요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다. 최근 제작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

포스텍(POSTECH)은 노준석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문성원·김주훈 씨가 이헌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팀과 공동으로 메타 렌즈 대량 생산과 대면적 제조를 위한 두 가지 혁신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노준석 교수, 통합과정 문성원·김주훈 씨.
왼쪽부터 노준석 교수, 통합과정 문성원·김주훈 씨.

포토리소그래피는 빛으로 실리콘 웨이퍼 위에 패턴을 입히는 공정으로 메타 렌즈 제작에 사용되는 공정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빛의 파장은 해상도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파장이 짧을수록 해상도가 높아져 더 정교하고 세밀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파장이 짧은 자외선을 이용하는 심자외선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앞서 심자외선 포토리소그래피를 통해 가시광 영역의 메타렌즈 대량생산에 성공,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논문을 게재한 바가 있지만 기존 공정 방법으로는 적외선 영역에서 효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었다.

웨이퍼 단위로 제작한 근적외선 메타 렌즈와 이를 이용해 관측한 고해상도 양파 표피 이미지.
웨이퍼 단위로 제작한 근적외선 메타 렌즈와 이를 이용해 관측한 고해상도 양파 표피 이미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적외선 영역에서 높은 굴절률의 물질을 개발하고, 기존 대량생산 공정에 접목시켜 직경 1㎝의 대면적 적외선 메타 렌즈를 8인치 웨이퍼 단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렌즈는 빛을 모으는 성능이 매우 높고, 회절 한계에 근접한 높은 해상도를 보였다. 원통형 구조로 편광에 독립적인 특성을 가져 빛의 진동 방향과 무관하게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두 번째 전략에서는 몰드를 사용해 나노 구조체를 찍어낼 수 있는 나노 임프린팅 공정을 이용했다. 직사각형 나노 구조체 수억 개로 구성된 직경 5㎜의 메타 렌즈를 4인치 웨이퍼 단위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메타 렌즈 역시 빛의 진동 방향에 따라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편광 의존적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양파 표피와 같은 실제 샘플을 관찰하는 고해상도 이미징 시스템도 구현해 메타 렌즈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메타 렌즈를 하나씩 생산하던 기존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용도에 따라 편광 의존·독립적인 광학 기기를 만들고, 특히 메타 렌즈 제작 비용을 최대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노준석 교수는 “센티미터 크기 고성능 메타 렌즈를 웨이퍼 단위로 정밀하고 빠르게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연구로 메타 렌즈 산업화를 가속화하고 효율적인 광학 기기와 광학 기술 발전이 더욱 촉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스코 산학연 융합연구소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 RLRC지역선도선도연구센터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등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최근 광학과 응용 물리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레이저 앤 포토닉스 리뷰스'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