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가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자산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으면서도 자본 대비 이익 창출력이 높고, 현금 보유고가 많은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자율성에 방점이 찍히면서다. 안정적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큰 자동차, 은행, 유틸리티 업종이 주요 관심 대상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각 증권사들은 지난 26일 정부가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에 적극 나설 기업을 압축·선별하기 시작했다. 공개된 정부의 대책이 강제성을 갖춰 대대적인 주가 부양을 추진하기 보다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중심으로 중장기 시각에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대책 발표 이전까지는 시장 관심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실제 주주환원 여력이 있는 기업에 정책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관측했다.
NH투자증권은 저PBR 업종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를 기록했거나 이익잉여금이 높은 종목을 추렸다. 현대차,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자동차주와 하나금융, 우리금융, 삼성증권, DB손해보험 등 금융주, LG와 SK 등 상사 및 자본재 종목에 주목했다.
신영증권도 마찬가지로 종목을 추렸다. PBR이 0.7 수준으로 낮으면서도 영업이익 흑자, ROE 6% 이상인 기업 10개를 꼽았다. 주로 건설과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분기 배당을 실시한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현대차, KT, 현대모비스, 아시아시멘트,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포함됐다.
키움증권은 안정적 거버넌스를 갖춘 기업에 주목했다. 일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안정적 기업 지배구조를 갖출 수록 추가 수익 창출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해서다. 특히 PBR이 낮으면서도 ROE는 높은 종목을 추렸다. 현대해상과 한화손해보험 등 보험업종과 우리금융지주 등 은행업종이 주주환원 확대 여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자산운용사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도 증권사 전망과 마찬가지로 단순 저PBR 테마주가 아닌 ROE 성장을 바탕으로 현금창출능력이 지속 향상되고 있는 주식으로 꾸려진 상장지수펀드(ETF)를 이날 상장했다. 은행·카드(17%), 화학·제지(14%), 자동차(13%)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했다.
중소형주 대응 전략도 나오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저평가주의 강세가 중소형주로 지속 확산될 것으로 관측하며 NICE평가정보, 아세아제지, 세아제강 등 14개 종목을 선별했다.
이처럼 증권가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이유는 하반기 밸류업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와 ETF와 신규 출시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정부 역시 세제 혜택 등 중장기 차원의 제도 개선을 예고한 만큼 증권가에서는 단기 반등보다는 가치주 중심으로 지속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주주총회 시즌은 역대급으로 주주환원을 검토할 예정인 만큼 주주가치 높은 종목군이 우선 주목을 받을 전망”이라면서 “주주환원 가능성에 따라 옥석가리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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