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개에 달하는 법정 인증으로 국내 중소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국제인증 중복 등에 실효성을 상실한 24개 인증을 폐지하고, 유사·중복된 인증 8개는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5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이 마련한 '인증규제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93개, 유럽연합(EU) 40개, 중국 18개, 일본 14개 등 해외 주요국의 법정인증은 안전·의료·보건 등으로 한정 운영 중이다. 반면, 한국은 지나치게 많은 257개 법정 인증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총리는 “일부 인증제도는 기존 인증과 중복적으로 운영되거나, 실제 현장에서 전혀 활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정부는 현행 257개 인증제도 전체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 대대적인 정비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선 기술·사회 발전에 따라 실효성이 없거나 기업의 수요가 없는 인증 24개를 폐지한다. 화장품 제조업계는 수출하려면 국제 인증인 '코스모스(COSMOS)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 판매를 위해 국내 인증을 또 받아야한다. 이에 식약처 '천연화장품 및 유기농화장품 인증'을 폐지했다.
인증 대상, 시험 항목, 절차 등이 유사한 인증제도 8개를 통합해 기업의 시간·비용 부담을 경감한다. 국토부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과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은 건물에너지 관련 인증이 대상·평가방법 등 유사해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으로 통합했다.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등 66개 인증을 개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계량기 형식승인 및 검정' 인증은 계량기 6종(저울, 수도·가스, 적산전력계 등)에 대해 국제법정계량기구의 관리체계를 사용하나, 해외에 비해 과도한 수준인 연간 650만건 전수검사를 한다. 이에 계량기별 특성을 고려해 '샘플링 검정 방식'을 도입한다.
또한 제조자가 스스로 또는 시험·검사 기관의 확인을 받아 적합을 선언하는 자기적합성 선언(DoC) 제도를 확대한다. DoC는 신규로 KS인증, 방송통신기기 인증(KC인증), 친환경선박 인증에 도입되며, 전기용품·생활용품 인증(KC인증)은 적용 대상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정원 국조실 국무2차장은 “이번 인증 통·폐합과 시험·검사 비용 축소, DoC 도입 등으로 약 1527억원 수준의 기업부담이 경감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