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만드는 웨어러블 로봇이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링부터, 로봇, 확장현실(XR) 기기까지 삼성의 새로운 디바이스가 대거 출격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걸음이 불편한 사람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 '봇핏' 생산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봇핏의 예상 물량(포캐스트)을 협력사들과 공유했다. 삼성이 봇핏과 관련해 양산계획을 알린 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일부 샘플 생산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전자기기는 예상 물량이 나오면 출시를 앞둔 것으로 분석된다. 봇핏은 지난해 제품 개발을 마쳤지만 양산 주문이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었다.
봇핏은 삼성이 처음 만드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착용자의 운동기능을 강화해 활동을 돕고 그 효과도 내장된 센서들을 통해 측정하는 기기다. 스마트폰이나 워치 등과 연동해 다양한 기능을 설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봇핏의 초기 생산물량은 10만대 미만으로 알려졌다. 처음 출시되는 제품이고, 운동기능 개선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해 첫 출시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또는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가 4분기 또는 내년 초 정식 출시가 예상된다.
삼성이 만든 스마트링도 올 가을 출격한다. '갤럭시링'이란 이름이 붙은 이 제품은 그동안 수면 아래서 개발됐으나 MWC에서 첫 모습을 공개하고, 양산 및 출시를 확정했다. 갤럭시링 초도 물량은 40~50만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손목에 차는 시계나 밴드 형태가 아닌 반지처럼 손가락에 착용하는 새로운 폼팩터 제품인만큼 초기에는 고객 반응을 살핀 후 생산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링은 작고 가볍기 때문에 스마트워치나 밴드와 달리 수면 중에도 착용하기 용이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심박수와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통해 수면 중 호흡이나 심박수, 뒤척임 등을 분석해 수면의 질과 건강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 않아 배터리 소모가 적기 때문에 한 번 충전으로 최대 9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상시 건강상태를 체크 가능하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MWC에서 “열심히 완성도를 높이고 있고, 잘 준비해서 연내 소개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구글, 퀄컴과 함께 애플 비전프로 대항마로 준비하는 XR 기기도 이르면 연말 공개될 예정이다. 메인디스플레이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하는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탑재가 유력하다. 이 밖에 8개 내외의 카메라와 비행거리측정(ToF) 센서 등을 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웨어러블 로봇과 스마트링, XR 기기까지 기존 스마트폰 및 스마트워치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대거 준비하는 것은 모바일 컴퓨팅의 개념을 확장해서 삼성 이용자를 확대하고, 고객 락인(Lock-in) 효과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동시에 스마트폰·스마트워치와 연동하는 기기 추가를 통해 삼성 생태계를 넓히고 보다 많은 소비자들을 붙잡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화두는 신사업 발굴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연말 인사에서 미래기술사무국과 미래사업기획단에 이어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신사업 개발 컨트롤타워를 추가 신설하는 등 '세상에 없는' 기술과 사업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