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플랫폼법, '선한 의도'가 혁신 의지 꺾지 않기를

디지털 기술 혁신에 기반한 플랫폼 위에서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혁신을 주도한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초기 플랫폼 기업과 에어비엔비·넷플릭스·우버 등 후발 플랫폼 기업까지 모두 미국기업이라는 것이다.

윤지웅 한국정책학회 회장
윤지웅 한국정책학회 회장

미국 플랫폼 기업이 기술혁신을 선도하며 세계시장을 석권한 원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그 중 널리 공감되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신기술 개발과 적용에 대한 사전규제를 최소화한 점과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고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 혁신을 촉진했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정부의 유연한 규제정책이다.

과거 석유와 통신 등 미국 내 독과점 기업에 대해 기업분할까지 불사한 미국 정부다. 그런 미국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PC 운용체계(OS)에 브라우저를 끼워넣는 것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고도, 4년간 협의 끝에 기업분할 대신 MS의 공정한 경쟁 확보 조치에 합의했다. 그 와중에 구글은 검색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고, 안드로이드 모바일 OS와 유튜브 동영상 플랫폼으로 혁신을 다변화했다. 아마존은 AWS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이들 미국 플랫폼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점령해 가는 동안 토종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키우지 못한 독일·프랑스·영국 등 EU 국가와 일본은 고민이 많다. EU는 궁여지책으로 디지털시장법(DMA) 등 '사전규제'를 강화해 미국 플랫폼 기업을 견제하고 있다. 일본도 자국 플랫폼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 등 일부 기업이 재무적 투자를 통해 미국 플랫폼 기업의 이익을 나눠 먹으려 애쓴다. 중국 정부는 구글서비스 금지와 같은 강력한 규제와 함께 자국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알리바바·텐센트·틱톡·화웨이 등 토종 플랫폼 기업을 키우는 중이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토종 플랫폼 기업을 보유한 유일한 국가다. 1994년 정보통신부 신설과 함께 ICT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 민족, 쿠팡 등 국내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했다. 이제 이들은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2022년 해외 매출 비중이 네이버는 10%를 넘었고, 카카오는 20%에 육박한다.

다만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플랫폼 입점에 대한 적정 수수료 이슈, 카카오T의 알고리즘 조작 문제 등 플랫폼 경제의 성장통도 있었다. 이런 현안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은 건전한 국내 플랫폼 산업의 성장을 위해 당연하다.

그럼에도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에 담길 정부규제로 인한 기업의 혁신 활동 위축이 우려된다. 이 법이 제정된다면, 기업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받지 않기 위해 매출액, 이용자수, 시장점유율 등을 어떤 식으로든 줄이거나 쪼개려는 동기가 발생한다.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는 순간, 기업은 주기적으로 정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자원을 투입하거나 기존 자원을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아예 이용자 수를 늘리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결국 사용자 네트워크에 기반한 플랫폼 기업을 만들겠다는 기업가정신의 싹을 자르는 것 규제가 될 것이 자명하다. 정부는 해외 플랫폼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를 들면서 국내·외 기업을 같은 수준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내 소상공인과 소비자 보호라는 '선한 의도'의 정부 규제가 국내 플랫폼 기업에 족쇄가 되고, 미래를 꿈꾸는 스타트업의 혁신 의지를 꺾어, 국내시장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놀이터가 되는 '나쁜 결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윤지웅 한국정책학회 회장·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jiwoongy@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