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0년간 공들인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에서 손뗀다. 출시 일정이 연기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 악화가 겹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고도화된 자율주행 전기차를 연구해온 조직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직원 2000명에게 이같은 소식을 알렸다. 스페셜 프로젝트 직원들은 회사가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인공지능(AI) 부서 등으로 배치되거나, 일부 구조조정을 겪을 전망이다.
애플은 당초 2014년부터 애플카 프로젝트(프로젝트명 타이탄)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회사 전략 변화와 구조조정이 맞물려 애플카 자율주행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애플카는 2025년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2026년으로 한차례 미뤄지고 2028년으로 추가 연기됐다고 블룸버그는 지난달 보도했다.
자율주행 기술도 후퇴했다. 애플은 애초 테슬라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도 구현하지 못했던 자율주행 최고 기술 '레벨5'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 고속도로에서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자율주행으로 수정됐고 운전자가 비상 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레벨2 플러스(+)로 낮아졌다.
애플카 프로젝트 핵심 인력도 대거 회사를 이탈했다. 더그 필드 책임자가 2021년 퇴사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로 옮겼고, 지난달 애플카 개발에 관여해 DJ 노보트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퇴사했다.
애플이 애플카를 포기한 배경은 당초 목표했던 기술 구현이 쉽지 않고 투자 대비 이익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한때 핸들과 페달이 없는 최고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오래전 그 개념을 폐기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든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주류 구매가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를 선택, 최근 전기차 판매 성장은 활기를 잃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전기차 수요 부진 등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늘리는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생산 목표와 이익 예측치 등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아누라그 아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AI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수익 잠재력을 고려할 때 전기차를 포기하고 자원을 AI로 전환하기로 한 애플의 결정은 좋은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카 포기 소식을 반겼다. 머스크 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애플의 조치를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경의를 표시하는 이모지와 담배를 게시했다. 그는 한때 수익성이 악화되는 테슬라를 애플에 매각하려 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