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하반기 국내 최초로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 진출한다. 독자 기술력에 바탕을 둔 품질 경쟁력과 공격적인 가격전략 등으로 5년 내 미국 시장에서 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GC녹십자는 27일 충북 오창공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오는 7월부터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를 미국 시장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 치료를 위한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50년 이상 축적한 혈액학 기술력을 총집결한 회사 미래 의약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국산 신약으로는 8번째로 미국 식품의약품(FDA) 품목 허가를 받았다.
미국 시장 판매를 4개월가량 앞두면서 현지화 전략으로 △고마진 가격 정책 △환자 접근성 향상 △계약 최적화 등 3가지 내세울 방침이다.
GC녹십자는 미국 내 대표 전문약국(SP)과 협의해 전역에 알리글로를 유통할 계획이다. 고가의 특수 의약품을 중점 취급하는 전문약국을 활용해 영업인력 투입을 최소화하는 한편 성분명 처방 비율이 높은 특징을 살려 빠른 시장 진입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미국 내 면역글로불린 유통은 전문약국이 50%를 점유할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GC녹십자는 현재 10개 미만의 미국 전문약국과 계약을 논의 중이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이미 6개 업체가 진출, 치열하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후발주자인 GC녹십자는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전문약국의 고마진을 보장하기 위해 초기 제조단가를 높게 책정할 계획이다. 이들에게 기존 대비 50% 이상 높은 마진을 보장, 처방 비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미국 보험 등재도 추진, 환자 접근성도 높인다.
이우진 GC녹십자 글로벌 사업본부장은 “미국 사보험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혈전색전증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발병 후 치료비를 지급하는 것보다 알리글로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점을 강조해 미국 사호험 가입자의 75%에 등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홈페이지와 논문 등을 통해 알리글로 차별화를 꾸준히 알리는 것 역시 미국 시장 안착 전략이다.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혈액응고인자 등 불순물을 99.99% 제거하면서 알리글로 안전성을 극대화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본격적인 알리글로 생산을 위한 설비 구축도 끝냈다. 실제 연간 130만 리터의 아시아 최대 규모 혈장처리 설비를 갖춘 오창 공장은 알리글로 미국 공급을 위한 별도 설비를 꾸렸다. 추후 미국 시장 내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생산시설 확대 전략은 물론 현재 30~40% 수준인 자동화 설비도 3년 내 50% 이상 고도화하는 스마트팩토리 계획을 수립 중이다. 알리글로를 중심으로 유전자재조합제제, 의약품위탁생산(CMO) 사업까지 확대해 2030년까지 공장 매출 규모를 1조원까지 늘린다.
GC녹십자는 미국 시장에 첫발을 떼는 올해 알리글로 매출을 약 660억원으로 보고 있다. 5년 내에는 4000억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 본부장은 “미국은 세계 면역글로불린 시장 중에서도 가장 큰데다 매년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단순히 시장만 큰 게 아니라 국내 대비 약가도 6배 이상 높은데, 5년 내 3억달러의 매출 목표도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이며, 실질적인 매출은 그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