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대한민국 로봇 산업 지원 조직에 몸 담으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로봇 산업이 어떻게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였다. 수익 창출과 성장은 로봇 기업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척도이므로 필자도 어떻게 빅마켓을 만들고 유니콘 기업을 출현시킬 것인지 고민해왔다.
전체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제조업용 로봇 분야는 주로 일본, 독일, 스위스 대표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최상위 제조 로봇 기업들의 순수 로봇 분야 매출은 2조~3조원 규모다. 로봇 분야 최상위 그룹인 연매출 2조원 클럽 입성은 전 세계 로봇 기업인의 꿈이다.
◇서비스용 로봇 기업, 수익 창출 기업으로 진입
최근에는 기술 주도형, 내수기반 치킨게임형, 기업 생태계형 수익 창출 기업으로 서비스용 로봇기업의 진입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수술 로봇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 중국 청소로봇 기업 '에코백스', 네덜란드 착유 로봇기업 '릴리'가 대표적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지난해 약 71억달러(약 9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서비스 로봇 상위 기업 매출의 3배 이상 규모를 달성했다. 에코백스는 2022년에 2조8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릴리는 지난해 매출이 8억9000만유로(1조3000억원)로 25% 급성장하며 2년 내 2조클럽 진입이 전망되고 있다. 필자는 유형별로 기술 주도형, 내수기반 치킨게임형, 생태계형으로 수익 창출 기업을 나누고 이들 회사를 주목하고 있다.
◇독점적 기술기반 기술주도형 수익 창출 기업
첫 번째 기술주도형 수익 창출 기업은 독점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매출을 올린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수술 로봇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며 20년 이상 독점적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동사가 보유한 핵심 기술은 스탠퍼드대 기술개발연구소인 SRI로부터 시작됐다.
국내에도 역량 있는 국책연구소와 대학은 많다. 필자가 소속된 지원 조직에서는 그동안 국책연구기관 보유기술 100선을 선정하고 원천기술, 상용기술을 로봇기업으로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하곤 했다. 하지만 기술주도형 기술이 수익창출로 이어지기에는 SRI와 한국의 연구 환경이 너무 다르다. SRI는 연구 프로젝트 선정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과제 중에서 경제성 및 지속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연구 과제를 우선 선정하고 실패도 용인하며 연구수행을 통해 성공하기 위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이에 로봇 기업, 연구소, 학교간 협업이 가능한 연구시스템을 조성하고 혁신적인 연구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인센티브 환경이 조성돼야 연계된 로봇 기업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내수기반 치킨게임형 수익 창출 기업
두 번째 내수 기반 치킨게임형 기업은 중국에 특화된 유형이다. 중국의 로봇 산업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타 국가 대비 큰 내수시장도 특징이지만 특정 로봇 분야를 두고 다른 업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때까지 무한경쟁을 벌이는 치킨게임 같은 양상이 벌어진다. 최종 승자가 된 기업이 독점적으로 상당 부분 매출을 점유하는 시장구조가 형성된다. 치킨게임이 벌어지며 로봇 기업은 생존을 위해 기술 융합, 인재 확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하며 생존하는 기업군에 속한 기업의 기술은 상향 평준화된다. 다만 치킨게임형 수익 창출은 보통 시장이 과열돼 레드오션이 될 확률이 높으며, 승자 독식도 지속적인 혁신이 없을 경우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에코백스 로보틱스의 경우 세계 시장 1위 점유율에도 지난 3년간 주가가 하향세인 이유도 중국 내수 불황과 후발주자인 로봇 기업의 지속적인 도전 때문이다. 치킨게임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중국의 청소로봇 기업수는 현재 200개사 정도다. 치킨게임형 시장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치킨게임에 뛰어들어 특정 부분에서 경쟁우위를 갖거나 차별화 요소를 갖는 방법 밖에 없다.
◇생태계형 수익 창출 기업
세 번째 수익 창출 유형은 생태계형이다. 릴리 기업은 목축업 분야에서 시장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파트너십 기반 생태계 경쟁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혁신하며 독점적 우위를 가지게 됐다. 릴리는 로봇 단품 판매만이 아니라 효과적인 농장 경영 지원, 수월한 로봇 구매를 위한 금융 지원, 로봇 기반 성과 지원을 위한 데이터 지원, 우유·젖소·기계 관리를 위한 소모품 지원까지 파트너십 기반 지원체계를 갖췄다. 정착 초기 목축인, 경험이 많은 농업인 모두에게 생태계를 기반으로 필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솔루션 제공이 매출 성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 특징이다.
필자가 그동안 관여한 국내 로봇제품 보급 확산을 위한 시범사업 및 시장 창출 사업, 2등이 1등 따라잡기 위한 청소로봇 일류화 공통기술 사업, 국내 핵심 구동부품의 국산화, 내재화를 위한 제조로봇 성능 및 신뢰성 사업 등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개별 기업 역량도 중요하지만 로봇 생태계를 통한 파트너십과 협력이 로봇 기업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탐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봇 산업이 미래 대한민국 성장 동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로봇 산업에서의 성공과 매출 증대는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혁신과 차별화, 시장 요구의 정확한 파악, 생태계 기반 파트너십 구축과 협력,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 그리고 고객과 지속적인 소통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요소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로봇 산업이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조선, 반도체, 정보통신에 이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성장 동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 yhcho@korearobot.or.kr
〈필자〉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한세대에서 정보보호공학 석사를 취득한 후 동양텔레콤 연구원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한국로봇산업협회로 옮겨 사무국장·본부장·상임이사·전무이사를 거쳐 2022년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한국재활로봇학회 이사,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이사, 한국로봇학회 협동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로봇 생태계 조성과 인재 양성 지원, 로봇 손해보장사업자 기획 및 지정 등 로봇업계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