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이 최근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다. 이럴 때마다 세수 확보를 위해 고개를 드는 것이 바로 간접세 인상이다. 그동안 담뱃세는 본래 목적인 흡연율 감소는 달성하지 못한 채 효과적인 세수 확충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소득세 등 직접세 인상은 거센 국민 저항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는 총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는 상황이라 담뱃세 인상 카드를 내밀지 않겠지만 총선 이후에도 여전히 세수부족 문제가 남는다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문제는 담뱃세 인상의 본질적인 목적인 금연 인구 감소를 통한 국민건강증진을 달성할 수 있는가다. 여기에 더불어 충분한 세수확보도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이다.
지난 2015년 담뱃세 2000원 인상 이후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삽입하는 등 다양한 금연정책을 펼쳐오면서 흡연율은 통계청 기준으로 2016년 19세 이상의 성인흡연율이 23.9%(남성 40.7%, 여성 6.4%)에서 2021년 기준으로 19.3%(남성 31.3%, 여성 6.9%)로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액상형 전자담배 등으로 빠져나간 흡연자를 고려하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흡연자로 오랜 시간 살아온 필자는 가끔 담뱃값이 얼마나 되면 끊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밥값보다 비싸면 끊겠다'는 것이 결론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담배가격은 금연정책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는 주요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소비자의 부정적인 여론을 최소화하는 한편 흡연율을 줄이는 동시에 세수확보를 위한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준의 담뱃세 인상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물가연동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물가연동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호주를 비롯 영국, 캐나다, 독일 등이 있다. 이 중 호주는 강력한 금연정책과 동시에 물가연동제 등 세금정책을 통해 흡연율을 낮춘 대표적인 나라로 손꼽힌다.
호주는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담뱃세에 물가연동제를 시행했으며 2014년부터는 임금연동제로 세분화해 통상소득 인상율을 기준으로 1년에 2회 담뱃세를 정한다. 현재 호주는 전세계에서 흡연 비용이 가장 비싼 국가로 20개비 한 갑 기준으로 미화 기준으로 25.8달러다. 지난 9월에도 4.7% 인상됐다. 이 같은 결과로 18세 이상의 성인 흡연율은 1995년 27%에서 2019년 기준 13%로 줄어들었다. 2021년 부터 2022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은 10.1%까지 떨어졌다.
공공정책 및 조세분야 주요 전문가들은 “담뱃세를 물가와 연동시키는 제도는 급격한 계단식 세금 인상에 비해 징세에 대한 국민 반감을 줄이면서도 흡연율 감소는 물론 효과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담뱃세의 물가연동 또는 임금연동제 방식의 조세체계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이뤄졌다. 또한 담뱃세의 물가연동제 관련 법안이 발의된 바는 있지만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2021년 탁주와 맥주의 주류세가 종량제를 기준으로 물가연동제가 시행되고 있어 낯설지 않은 방법이기도 하다.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우리나라의 담뱃세는 여전히 원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다. 하지만 물가연동제가 도입된다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줄이면서 세수를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곽상희 웰컴 어소씨에이츠 상무 shkwak@wellcomp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