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찰 제한 제재를 피한 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 총력전에 나선다. 정부의 징계수위가 너무 낮다고 반발하는 한화오션도 KDDX 수주전 총력전에 나선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27일 계약심의회를 갖고 HD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은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심의에서 보류라는 결과가 나온만큼 무거운 제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사실상 제재가 면제된 '행정지도' 처분을 받아 어깨가 가벼워졌다.
반면 한화오션은 유죄가 확정된 사안임에도 방사청의 행정지도 처분 결정에 반발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과실로 간주하며 이에 따라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심의 청구 및 법적 대응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방사청의 행정지도 처분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KDDX 수주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방사청이 올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발주를 계획한 KDDX 사업은 6000톤급 미니이지스함 도입 사업이다. 총 6척이 발주되는 해당 사업 규모는 7조8000억원이다. 올해 특수선 분야 최대 사업이라는 평가다. KDDX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에서 진행했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수주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발주는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조선사에게 맡겨지기 때문이다. 또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KDDX 기본설계 종료식을 통해 완전 전기 추진방식 구현, 병력절감형 플랫폼 적용, 함정 전투 성능 극대화 등을 성능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보안감점이 걸림돌이다. 군사기밀 유출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보안점수 1.8점 감점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선 수주의 주인공이 0.1점 차이로 갈리는만큼 상쇄하기 부담스러운 점수라는 분석이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울산급 배치(Batch)-III 5∼6번함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에게 0.14점의 근소한 차로 패배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KDDX 수주 총력전을 펼친다는 각오다. 개념설계를 수행하며 기술력에서는 HD현대중공업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한화시스템 등 그룹 방산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해 기술력에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의 보안점수 1.8점도 한화오션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의 행정지도 처분 대응 결과도 한화오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KDDX 수주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측 모두 뚜껑을 열어볼때까지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