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북극곰 체중이 준다, 얼음이 준다

북극곰이 육지에 앉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북극곰이 육지에 앉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북극곰이 근래 여름철 북극해 해빙(海氷)이 크게 줄어드는 악조건을 맞아, 몸무게가 하루 평균 1㎏씩 줄어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앤서니 파가노 미국 지질조사국(USGS) 박사팀이 2019~2022년 8~9월 캐나다 매니토바주 서부 허드슨만 북극곰 20마리의 하루 에너지 소모, 먹이, 행동 등을 관찰해 19마리에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

북극곰은 여름에도 해빙을 터전삼아 바다표범을 사냥해 살아간다.

그런데 근래 해빙이 크게 줄어들면서 삶의 여건이 크게 바뀌었다. 전보다 훨씬 많은 열량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드물게 남아있는 해빙을 찾아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이마저 찾지 못하면 체질에 맞지 않는 육지를 헤매게 된다.

그렇게 얻는 먹이는 변변치 않다. 바다표범 같이 지방이 많은 기존 먹이와 달리 열량이 낮은 육지 동물, 심지어 식물을 먹는 일도 많다.

노력 대비 결실이 적다. 먹이를 찾으려 움직일수록 더 기아에 빠져드는 절망적인 상황을 맞는 것이다. 이에 어떤 북극곰은 동면 상태처럼 지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의 근본 원인은 급격한 해빙 감소다.

남극의 경우 영국의 가디언이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15일 기준 남극의 5일간 평균 해빙 면적이 200만㎢를 밑도는 199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남극의 해빙은 여름이 막바지인 2~3월 가장 적다. 해빙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한 주 뒤인 21일 기준 해빙 면적은 198만㎢였다.

남반구의 여름철, 해빙 면적이 200만㎢를 밑돈 것은 2022년 이후에나 나타난 일이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178만㎢라는 최소 기록을 찍었다.

상황이 나아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악화된 상황이 그 자체로 악재가 된다. 악순환을 이어간다.

빙하는 햇빛을 반사시켜 인근의 물 온도를 식힌다. 빙하가 준다면 그만큼 많은 열을 바다가 품게 된다. 겨울철 해빙이 얼 때 두께가 얇아지고, 이후 해빙이 녹는 시점에 그 정도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 안타까운 상황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북극곰에게만 비극을 안기지 않는다. 어느 순간 우리 인간에게도 큰 비극을 선사할 수 있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에 따르면 남극 스웨이츠 빙하가 1940년대 이후 녹기 시작했는데,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가 이런 상황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스웨이츠 빙하는 미국 플로리다주 전체 면적과 비슷한 크기다. 완전히 녹으면 해수면이 61㎝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스웨이츠 빙하가 다 녹으면, 이것이 막고 있는 물이 흘러나와 해수면 상승을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둠스데이(운명의 날)' 빙하로도 불린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고, 끝내 스웨이츠 빙하가 녹는다면 우리는 정말로 비극적인 운명의 날을 맞을 수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